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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첫 선고는 '실형 아닌 집유'... "강제력 없다" 비판 쇄도

입력
2023.11.08 17: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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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사건 정식기소 첫 1심 사례
관련단체 "법원이 아이 보호 외면"
피고인, 유죄 직후 법원 담넘어 도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 10명이 8일 오후 경기 평택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앞에서 양육비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현정 기자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 10명이 8일 오후 경기 평택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앞에서 양육비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현정 기자

이혼 후 세 자녀 양육비 수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재판까지 받게 된 친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8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노민식 판사는 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송모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번 선고는 2021년 법이 바뀐 뒤 처음으로 정식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이 나온 사례다. 가사소송법상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법원이 최대 30일까지 감치(법정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을 유치장·구치소 등에 가두는 것)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이 감치 이후에도 1년 안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경우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노 판사는 "송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유죄로도 인정된다"며 "양육비 지급에 관한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진 2017년 이후 송씨가 주지 않은 양육비 액수가 크고, 이 범행에 대해서는 도덕적 비난을 넘어서 형사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녀들에게 일부 양육비를 지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노 판사는 "양육비 미지급 관련 사건으로 또 법원에 오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다시는 법원에 오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엔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회원 10여 명이 참석해 결과를 지켜봤다. 이들은 '징역 4개월'에 환호했다가 '집행유예'라는 단서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이건 아니죠"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판 후 양해연 회원들과 언쟁하던 송씨는 취재진을 보자 출구 밖으로 내달렸고, 법원 담장을 넘어 인근 건물로 도망쳤다.

송씨로부터 2017년 양육비 4,100여 만원을 받지 못한 전 부인 A씨는 판결에 아쉬움을 표했다. A씨는 "(집행유예) 판결이 너무나 아쉽고 실망스럽다"며 "친부는 결코 돈을 안줄거고, 재판부는 아이들을 외면한 것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권인데, 법이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다"며 "다시 재판을 받으려면 양육비 이행명령부터 (감치, 기소 등을 거쳐야 해서) 4년이 걸린다"고 한탄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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