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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유죄 판단한 조희대... 외유내강형 '미스터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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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은 법조계 내에서 대표적인 원칙주의자로 꼽힌다. 대법관 재직(2014~2020년) 중엔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소수의견을 여러 차례 냈고,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엔 퇴임식도 없이 법복을 벗고 법조계를 떠나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국회 인준 절차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선 후보자 특유의 침착하고 우직한 성품을 고려했을 때 윤 대통령이 그를 지명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경북 경주 출신의 조 후보자는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용돼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부산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됐고, 양승태·김명수 대법원에서 주요 사안마다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판결을 내렸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선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릴 만큼 전원합의체 주요 사안마다 반대 의견을 냈다. 진보·보수의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서 판결문을 통해 자기 소신을 강하게 드러내 '보수의 대변자'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부당하다고 본 2019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서 "개인의 인격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이 방송이 공동체 선에 무슨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반대의견에 더해 보충의견까지 개진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이 존재하는지 심사할 수 없다"며 다수의견을 반대했다. 국정농단 사안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에서도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로변경(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는데, 조 후보자는 다수의견에 반해 "비행기가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도 운항으로 봐야 한다"며 유죄로 봤다.
그는 대법관 퇴임 과정에서 강직한 성품을 드러내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2020년 3월 임기 종료로 대법원을 떠나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퇴임식도 열지 않았다. 이후 "퇴임 후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던 취임 당시 약속을 지켜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세간의 평가에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 대법원장직 제안도 그간 거듭 고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전형적으로 말이 없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며 "온화한 성품이지만 대통령실이나 정치권 등 외부에서 바라는 대로 움직여줄 성향은 결코 아니다"고 평가했다.
다만 1957년생인 조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받더라도 대법원장 정년(법원조직법상 70세) 규정 때문에 6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법원을 떠나야 한다. 그의 정년 시점은 2027년 6월 초인데, 이때는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직후다.
이 때문에 3년 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 짧은 임기 동안 사법부 내 산적한 과제를 추진력 있게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 않다.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장 추천제(일선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제도) 등 법원 내부규칙에 관한 일은 단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겠지만, 상고법원(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 설치 등 장기적으로 국회 협조를 구해야 할 부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짧은 임기 문제와 보수적 색채에도 불구하고, 초유의 수장 공백 사태에 따른 대법원의 혼란을 잠재울 적임자로서는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도 많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조직 변화는 초기 1, 2년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강직한 성정으로 법조계에서 두루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임명권자 입장에서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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