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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많이 쓰는 대기업만 더 비싼 전력 쓴다...주택‧일반용은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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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요금을 산업용, 그중에서 3,300볼트(V) 이상 고압 사용 기업에 한해 킬로와트시(kWh)당 10.6원 올린다. 소상공인이 많이 쓰는 일반용과 주택용 전기료는 그대로 유지한다. 중소기업이 쓰는 산업용(갑) 요금도 그대로 둔다. 한국전력의 재정난과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를 고심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1조 원에 달하는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전기료 조정 대상은 고압 전기인 산업용(을) 요금제를 쓰는 대기업이다. 전체 한전 고객(약 2,500만 호) 중 0.2%(4만2,000호)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이 기업들이 쓰는 전력량이 전체의 48.9%(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첨단 산업 사업장을 가동하려면 천문학적 전력량이 필요하다. 산업용(을) 요금제를 쓰는 기업 중에서도 더 높은 전압을 쓰는 사업장일수록 요금은 더 올라간다. 6만6,000V 이하를 쓰는 고압A 요금제 사업장은 kWh당 6.7원, 그 이상을 쓰는 고압B‧C 요금제 사업장은 두 배인 13.5원이 인상된다.
가스요금은 동결된다. 강 차관은 "지난해 초 대비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45.8% 인상해서 국민 부담이 매우 커져있다"며 "겨울철 난방수요가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해 국민부담 완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총선을 다섯 달 앞두고 전기료를 올린 배경은 한전의 재정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전기료를 제때 올리지 못해 한전의 2021~2023년 상반기 누적 적자는 약 47조 원에 달했다. 전체 부채 201조 원(상반기 기준)의 하루 이자 비용만 118억 원이다. 한전은 재정난을 회사채 발행으로 메웠는데 2024년에는 그마저 쉽지 않다. 회사채 발행 한도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다섯 배'인데 올해도 7조, 8조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적립금이 줄면 올해 104조6,000억 원이었던 회사채 발행 한도액은 내년엔 70조~80조 원대로 쪼그라든다. 10월 기준 한전의 회사채 잔액이 81조 원대에 달해 이대로라면 내년 추가 사채 발행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에 따른 한전의 재무개선 효과는 연간 2조8,300억 원 수준. 올해 연말까지 약 4,000억 원 정도의 전기료가 더 걷히는 셈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이 법적 한도를 채우지 않을 정도의 인상액"이라며 "부채를 갚진 못하고 이자 비용만 충당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전의 재정 상황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다"라며 "한전이 요금 인상액만큼 사채를 덜 발행해서 중소기업의 사채가 시장에서 더 팔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길어지며 겨울철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 전기료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도 "앞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어떤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종합적으로 보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전은 이날 추가 자구안도 내놨다. 본사 조직을 20% 줄이고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한전의 서울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 자회사인 한전KDN 지분의 20% 매각 방안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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