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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 강남순'의 가능성과 미토콘드리아 DNA

입력
2023.11.08 19:00
수정
2023.11.08 22:21
25면

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 지식을 해설한다.

jtbc 드라마 '힘쎈 여자 강남순' 스틸컷

jtbc 드라마 '힘쎈 여자 강남순' 스틸컷


모계로만 이어진 힘센 유전
염색체 X, 한성유전 어려워
'미토콘' DNA도 양성에 유전

'힘쎈 여자 강남순'이라는 드라마에는 염색체 X 이상으로 인해 집안 여자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설정이 나온다.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괴력을 발휘했었던 조상으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주인공인 '강남순'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도 모두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스 코미디이다 보니까 굳이 따질 필요야 없겠지만 혹시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염색체 X 이상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염색체 이상이 있어야 설명이 가능한 걸까?

여성의 세포에는 염색체 X가 2개씩 존재하는데 이 2개가 모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다. 그중 1개만 어머니로부터 받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염색체 X이다. 모든 여성은 본인의 딸에게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염색체 X 하나만 전해 주거나, 혹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염색체 X 하나만을 전해 주게 된다. 즉 그의 딸들 중에서 절반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전해 받았던 염색체 X를 물려받지 못하게 되며, 따라서 드라마 속 초능력 같은 특성들은 전달되지 않게 된다. 한편 해당 염색체 X를 물려받은 절반의 딸들도 같은 이유로 인해 자기 딸들의 절반에게만 해당 염색체 X를 전해 줄 수 있으므로, 역시나 모든 딸에게 예외 없이 괴력을 물려줄 수는 없게 된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만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 X로 인해서 '모계유전'이 '모든 딸'에게 일어나려면 초능력을 유발하는 해당 염색체 X는 특별한 능력을 추가로 보유해야 한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염색체 X는 모두 불활성화시킴으로써 난자 생성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자기만 후대에 전달되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사실 여성 세포 속에서는 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현상이 존재하기는 한다. 염색체 X는 남성 세포 속에서 1개만으로도 충분히 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여성 세포처럼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면 오히려 밸런스가 맞지 않게 되어 여성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 X 2개 중 하나는 불활성화한다. 결국 여성의 세포들도 사실상 염색체 X를 1개만 활용하고 살아가게 된다. 이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염색체 X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염색체 X 중에서 어느 쪽이 불활성화될지는 각각의 세포에서 확률적으로 선택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결과 모든 여성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염색체 X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두 종류의 세포들이 마치 모자이크처럼 혼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염색체 X가 모두 활성화되기 때문에, 부모 중 어느 한편에서 받은 염색체 X만 전달되지는 않게 된다. 아들이나 딸에게만 어떤 특성이 유전되는 이른바 '한성유전' 현상은 사람의 경우 아들에게서는 확연하다. 왜냐하면 염색체 Y는 오로지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전달되며 남성들은 염색체 Y를 언제나 1개씩만 갖기 때문이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실제로 사람의 '모계유전'은 염색체 X를 통해서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내부 기관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염색체를 통해서 일어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근육이나 괴력 같은 드라마 속 설정들과도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의 미토콘드리아는 그 사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오로지 어머니의 난자 세포로부터만 물려받기 때문에 '모계유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는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모든 자녀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강남순' 집안 내력 같은 '한성유전' 방식의 '모계유전' 현상은 역시나 가능하지 않다.

염색체 X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필수적인 염색체이며 문제없이 유지되고 전달되기 위해서는 다른 염색체들과는 다르게 복잡한 현상들이 필요한 염색체이다. 염색체 X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1,000여 개 유전자들의 기능이 하루빨리 모두 밝혀져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환석 유전자 라이프 연구소 대표
대체텍스트
이환석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 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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