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이스라엘 맹폭에 가자지구 ‘의료 붕괴’… 병원마저 전쟁터 됐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은 한 달 만에 가자지구의 의료기관마저 치열한 전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시설로 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민간인 대상 무차별 공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궤변이라고 맞선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에서 금지한 ‘병원 공격’마저도 불사하고 있다. 이로 인한 고통은 가뜩이나 힘든 생사의 기로에서 사투를 하고 있는 병원 의료진과 환자의 몫이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상처에 들끓는 구더기와 소독제로 쓰이는 식초, 휴대폰 손전등을 켠 채로 마취제도 없이 이뤄지는 수술···.’
개전 32일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모든 장면이 오늘날 가자지구 병원의 현실이라며 참상을 전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더뉴아랍 등에 따르면 230만 명이 살던 가자지구의 병원 35곳 중 절반가량인 16곳이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가자지구의 연료 공급을 중단한 이스라엘이 의료시설은 물론, 구급차마저 폭격하는 등 보복 공습을 벌인 결과다. 이날 알쿠즈 병원과 알아우다 병원도 연료 부족으로 48시간 이내에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아직은 운영 중인 병원도 제 기능을 못 한 채 최소한의 치료만 제공한다. 전기와 식수, 의약품 등이 바닥나면서 마취제는 물론, 깨끗한 물조차 없는데 환자는 매일 밀려드는 아비규환 속에서 의료진은 매 순간 누구를 죽이고 살릴지를 결정한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의 의사 모하메드 칸딜은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자를 고른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기에 죄책감이 크다”고 NYT에 말했다. 병원은 가자지구 북부에 남은 이들에겐 ‘최후의 피란처’이기도 하다.
“하마스는 병원에 숨은 ‘전염병’이다.”
IDF는 기자회견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가자지구의 의료 붕괴를 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뿐 아니라, 카타르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지원하는 병원들도 하마스의 지휘본부 또는 보급소로 지목했다. ‘이스라엘 군인 권리를 위한 의사회’조차 전날 성명에서 “알시파 병원 폭격은 합법적 권리”라며 “테러 집단 근거지는 전쟁에서 보호받는 병원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여론전 목적은 뚜렷하다. 의료기관이 ‘유해한 행위’에 쓰인다면 제네바협약의 보호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사망자 급증과 함께 커진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마하려는 시도라고 더뉴아랍은 짚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곳은 하마스만이 아니다. 가자지구의 각 병원 관계자, 인도주의 단체 등도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하마스 대변인 오사마 함단은 “(IDF가 공개한) 병원 인근 구멍은 지하 터널이 아니라 연료 공급용”이라며 “가자지구 병원을 방문해 진실을 확인해 달라”고 유엔에 요청했다. 가자지구 인도네시아 병원을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의료긴급구조위원회(MER-C)도 “병원의 유일한 목적은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어떤 조직과도 연계돼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특히 전쟁에서 의료시설 공격을 용인하는 선례가 생기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가자지구 담당 윌리엄 숌버그는 “의료시설에 대한 폭력을 허용하면 의료시설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인류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