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노인도 체포해갔다" 이스라엘의 잔혹한 가자 주민 탄압

입력
2023.11.07 16:45
수정
2023.11.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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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동예루살렘 병원 급습 '가자 출신' 체포
이 "불법 체류자들" vs 팔 "전쟁에 발 묶인 탓"
"가자 노동자 추방 땐 감금·학대 만연" 폭로도

6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 난민촌의 건물 잔해 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6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 난민촌의 건물 잔해 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자국에 머물던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불법 체포하고 잔혹한 고문도 일삼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중증 치료를 받던 환자부터 일자리를 찾으러 온 노동자까지, 가자지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스라엘 당국에선 이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비인간적 대우를 했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밖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도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6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2일 이스라엘군과 경찰은 1967년부터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의 마카세드 이슬람 자선 병원에 있던 가자지구 출신 환자와 보호자 등 11명을 체포했다. 이 병원 직원은 "군인과 경찰관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출입구를 봉쇄하더니, 응급실에 있던 노인들을 체포해 갔다"고 말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구금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체포된 이들은 의료 허가 기간 만료 후에도 병원에 머물던 '불법 체류자'였다는 게 이스라엘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발이 묶인 환자들은 치료 후에도 돌아갈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이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손녀(9)를 보살피고 있는 임타하 알피라는 "가자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 사는 가족 16명 모두 이스라엘군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가자지구 출신 노동자들의 폭로도 나왔다. 지난달 7일 전쟁 개시 후 가자로 추방되기 전까지 알몸 수색과 폭력 등 가혹한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스라엘 정부에서 노동 허가를 받고 일해 온 가자 주민이 약 1만8,000명"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이스라엘 건설 노동자나 농사 인력으로 일해 왔다고 한다. 가자 북부 베이트라히야 출신인 아부 다라베는 CNN에 "이스라엘 군인은 개 우리 같은 곳에 우리를 가뒀다"며 "가자로 추방당하는 길에 전기 고문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은 군 당국의 노동자 불법 구금을 문제 삼으려 고등법원에 긴급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나라의 인권단체인 '기샤'는 "구금된 사람들이 광범위한 신체적 폭력, 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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