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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 뒤 드론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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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대표할 '결정적 순간'을 고르기 위해 하루에 수천 장씩 들어오는 내외신 사진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이 업무 중 하나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건사고, 정치, 경제적 상황 등과 관련된 보도사진들을 보며 세상 사는 게 녹록하지만은 않구나 간접 체험을 하고 있다. 요즘은 사진 검색을 하며 자주 보게 되는 색감들이 있다. 울긋불긋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감들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동공을 멈춰 세운다.
얼마 전엔 화사한 단풍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 북한의 오가산과 금강산, 묘향산 등지의 가을 풍경이었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가을을 맞이한 북녘 산자락의 모습은 좌우이념을 잠시 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남한은 기온 탓에 단풍이 붉게 물들지 못하고 일찍 갈변해서 예년만 못하다는데 북한은 기온이 낮아서인지 단풍이 또렷하게 잘 들었다. 사진으로나마 잠시 눈 호강을 했다.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외신 사진들을 살피던 중 또 다른 울긋불긋한 이미지들을 맞이하고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채색 도시의 파편 위에 피로 붉게 물들어 엉켜 있는 사상자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 사상자들은 각각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이유로 무차별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이다. 포격과 드론 등의 공습을 받은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사진을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무거워진 마음을 다스리려 다시 가을 풍경사진을 되돌아봤다. 올해 가을에는 지난해에 볼 수 없었던 북한 명산을 촬영한 항공사진이 유난히 많았다. 어떤 카메라로 촬영했나 궁금증이 생겨 관련 사진과 영상을 뒤져 보니 중국 DJI사의 구기종 드론인 팬텀 시리즈와 최신 기종인 매빅 시리즈로 촬영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조종이 어렵지 않아 일반인들도 쉽게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기종들이다. 비료나 농약 살포에도 자체 개발한 드론을 사용한다고 또 다른 홍보매체를 통해 자랑하는 것을 보니 이젠 북한에서도 드론이 많이 상용화되었구나 생각했다.
풍경 감상도 잠시, 최근 전쟁들에서 취미용 드론에 소형 재래식 폭탄을 장착해 전쟁 상대국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장면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기습적으로 재래식 미사일을 대규모로 발사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무력화시킨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국산 취미용 드론은 정품 배터리로 최대 편도 30km 정도를 비행할 수 있고 개조한다면 40km 거리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개성 인근에서 비행을 시작한다면 서울의 인구밀접 지역까지 사정권에 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군사용 자폭 드론에 비해 1/10도 안 되는 비용으로 대규모 운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소형 취미 드론은 외형만으로는 국적을 알 수도 없고 남한에서는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특별한 볼거리도 아니기에 군사분계선만 넘는다면 충분히 목표물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어쩌면 지금도 어떤 의심도 받지 않고 유유히 남한의 하늘을 날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살랑거리며 북녘 산자락을 수줍게 붉혔던 차가운 가을 공기가 들숨으로 들어와 정신을 각성시킨다. 정신 차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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