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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문구, 아날로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힘을 아날로그적 기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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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문서의 전자화, 학령인구 감소, 중국 저가제품의 공세. 국내 문구 산업에는 악재뿐이다. 디지털 전환과 프리미엄화,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시도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문구 업계. 이 가운데 창의적인 기획으로 디자인 문구를 선보이는 소상공인이 있다. 자연과사람의 신상봉 대표는 늘 새로운 제품 구상에 몰두하며 40년째 문구 산업에 몸담아 왔다. '늙었지만 낡지 않았다'는 표현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그를 만났다.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연과사람은 노트류와 편지지류를 기획, 디자인, 생산하는 디자인 문구회사입니다. 우리 슬로건은 '디자인은 빼고 기능은 더하기'이고,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을 추구합니다. 세상 유일한 제품 기획을 위해 지금도 쉼 없이 노력 중입니다."
기획했던 디자인 문구는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재 기획중인 제품이 있나요?
"대표적으로는 'The Simple Note'가 있습니다. 기존 노트류는 표지에서 내지를 확인할 수 없는데요, 그 문제점을 해소해 내지를 표지로 내보내 디자인했습니다. 또 기존 노트류는 대부분 내지 간격이 7㎜, 8㎜ 두 가지뿐이었지만 우리는 라인 5㎜, 6㎜, 7㎜, 8㎜, 9㎜, 10㎜와 그리드 4㎜, 5㎜ 등 내지 간격을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소비자들에게 내지 타입을 선택할 수 있게 하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고객들이 '㎜노트'라고 불러주기도 했어요. 또 '시력맞춤노트'라고, 고객 본인 시력에 맞도록 설계한 노트가 있습니다. 선의 굵기가 각각 다르고 간격도 각각 다르게 만들어서요. 모두 우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제품들입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외부 비닐 포장이 없는 제품을 기획하기도 했고요. 지금 기획중인 상품은 고객 자신이 내지와 클릭링 등을 선택해 직접 제본할 수 있는 'BLIND-A-NOTE', 'BLIND-A-DIARY'가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제본 설비를 갖추며 제작할 수 있게 된 제품입니다."
기획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게 무엇인가요? 또,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고 제품 기획 과정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에 초점을 맞춰 기획합니다. 우리 제품 특징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겁니다. 최근 트렌드대로, 기획 방향을 '커스터마이징'으로 잡고 있습니다. 보통 독서와 여행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기획은 혼자 하고 있고요, 일단 빠르게 기획하고, 찬찬히 수정하는 방식으로 기획을 해나갑니다. 일종의 린스타트업(Lean-Startup) 방식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디자인 문구 시장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겪었던 불편은 없나요?
"카피캣 문제가 가장 불편하죠. 시장이 크지 않으니, 작은 반응이라도 얻은 제품을 쉽게 따라 만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노트'도 실제 0㎜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확보했음에도 불구, 국내 굴지 문구업체에서 카피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카피캣이 나온다는 건 우리 기획이 성공했다는 걸 방증하기도 하지만,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죠. 우스갯소리로 우리 판매량 중 1%는 다른 문구 업체들이 샘플로 구매한다는 말도 직원들과 나눕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제품을 기획해 세상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바로 상식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그렇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기 위해 관점을 바꿔 새로운 것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는 필연적입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해보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는 정신도 제가 이렇게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문구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나요?
"우리 나이 때는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하기도, 찾기도 어려웠어요. 우연히 첫 직장으로 문구회사에 입사하고, 여태껏 쭉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세대 문구 종사자들 중 아직까지 기획을 하는 사람은 제가 거의 유일하지 싶어요."
40년 간 한우물만 팔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새로운 걸 기획하는 게 좋기 때문이죠. 실패도 많이 했지만, 늘 새로운 걸 생각하고 앞서 나가려 노력했고, 그렇게 경쟁력을 키워왔다 생각합니다. 가끔은 트렌드보다 더 빠른 기획을 내놓기도 했어요. 요즘엔 속도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특별한 비결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제가 기획한 아이템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 세상에 제가 만든 무언가는 남기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거죠. 그게 40년 동안 집요하게 몰두할 수 있었던 비결인 듯합니다."
디지털 시대, 문구류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어도, 아날로그가 가진 고유의 힘이 있습니다. 프로덕트 아웃 방식이 아니라, 고객 취향을 고려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려고 해요. 아날로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힘을, 아날로그적 기획을 통해 계속해서 알리고 싶습니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 기업'은 없음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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