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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는 것들을 20대에 알 수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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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하고 싶다거나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은 없었어요.”
40대 중년 직장인을 만났다. 10여 년 전 공황장애를 겪은 이후에는 늘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늘 두려웠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명상과 기도 생활도 하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불안이 잔잔하게 남아 있다.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무던한 부모 밑에서 자라나 딱히 행복하거나 불행할 것도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주변에도 비슷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다. 스스로를 그저 특징이나 장점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적당한 대학을 나와 적당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그냥 사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엔 지극히 평범한 만화 속 주인공처럼 쳇바퀴 속 다람쥐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살아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가는 요즘엔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이라는 걸 알게 되고 좀 더 잘 하려면 어떤 부분에 더 신경을 쓰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이전 세대에는 50대 전후에 일을 그만 두고 어른 대접 받으면서 노년을 사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마흔 살이라고 해봐야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경제적 안정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삶의 가치를 새삼스레 찾게 된다.
인생이 이리 길 줄 알았으면 청소년기나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걸 찾아 공부하고 준비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현실을 느끼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별다른 인생의 고민 없이도 자신 있고 씩씩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동료들 덕분에 더 초라해진다.
결국 메타인지가 뒤늦게 작동하기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메타인지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조감하듯이 관찰하는 상위 인지 기능을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스스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자기 성찰 능력이라고 이야기하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워낙 내향적이고 본인 내부를 자주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야 자기 성찰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나이 먹어야 철 든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젊은 시절 소비와 무절제, 감정 폭주로 스스로를 낭비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 어느 날 말쑥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서서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하고 못 하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말할 때도 있다. 만약 젊은 시절에 누구와 친구를 맺고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또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대하면 되는지를 좀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 낭비를 좀 덜 하고 마음 불편한 시간도 줄었을 것 같다고.
중년이라 해서 그리 늦은 것 같지는 않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믿을만한 누군가가 어린시절 이런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지만 내가 준비되지 않았으면 그 말도 흘려들었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떠 올랐다면 너무 오래 상상하지 말고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인간은 미래를 마음 속으로만 그리면서 시작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말이다. 좋은 멘토를 만나면 좋겠지만, 중년기 이후엔 스스로 움직이는게 더 빠를 수 있다.
오늘 하는 일들은 나의 미래 모습이 되기 위해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는 게으름, 망설임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현재의 나’이지만 동시에 내가 생각했던 모습으로 살고 있을 ‘미래의 나’의 과거 모습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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