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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면 진짜 고기와 맛 똑같은 대체 삼겹살 먹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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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난은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세계 주요 곡물 생산량은 3~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맞물려 대체식품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한국농촌연구원 분석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식품 시장규모는 2018년 96억 달러에서 2025년 178억5,8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선진국 등에서는 기존 동물성 원료 중심의 축산 식품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국내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벗어났다. 대체식품 기술 수준도 해외에 비해 4, 5년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일찌감치 대체식품 시장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뛰어든 기업이 있다. 10년차 중견 식품기술(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도 그중 하나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한녹엽(36) 대표는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동물성 단백질 등 기존 식품 섭취량도 높아지면서 5~10년 후면 직접적인 식량난 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식품공학과 출신인 한 대표는 2013년 창업동아리 활동 시절 만난 친구들과 인테이크를 설립해 대체육과 대체계란, 대체당류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콩이나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육 ‘이노센트’와 대체당 제로설탕 음료 ‘슈가로로’ 등이 대표 상품이다. 대체당은 미생물을 활용한 천연감미료 알룰로스와 스테비아 등을 활용해 개발했다. 대체당 음료는 국내 대형 편의점 3사와 1위 배송업체 등에 입점해 지난해 10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누적 판매량도 3,000만 개를 넘어섰다. 무설탕 젤리 등 대체 간식도 1,5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지난해에는 국내 첫 액상형 식물성 대체계란 ‘베그(VEGG)’도 출시했다. 4명이었던 회사 직원은 40명으로 늘었고, 매출 역시 2021년 125억 원에서 지난해 18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200억 원 돌파가 예상된다. 지난달엔 서울시가 뽑는 ‘서울형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대체식품도 일반식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이다. 한 대표 역시 기존 식품과 차이가 없는 맛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을 중요 과제로 보고 전체 직원 중 10명을 식품공학 분야 석ㆍ박사급 연구원으로 채용했다. 그는 “국내 대체 식품 시장 규모도 늘고는 있지만 규모를 따라갈 연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후발주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연구 인력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테이크는 원천기술 확보에 힘쓴 덕에 11건의 대체식품 등록 및 출원 관련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다. 대체식품 제조 업체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와 경기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과 연구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8년부터 55억 원 규모 정부 국책 과제도 따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53억 원에 이른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국책 과제로 대체 삼겹살도 개발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삼겹살의 형태와 색깔, 육질까지 재현해 내는 것이 목표다. 한 대표는 “2025년쯤이면 진짜 고기와 맛이 100% 동일하되 가격은 20% 저렴한 대체 삼겹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테이크는 앞으로 대체 밀가루와 탄수화물, 소금(나트륨)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밀가루 과다 섭취로 건강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소금값이 폭등하는 등의 사회 문제를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 대표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대 흐름과 변화도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수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15개국에 연 100만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데, 내년엔 북미와 유럽 등 30개국을 대상으로 400만 달러까지 수출하는 게 목표다. 2025년 하반기에는 주식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대체식품 분야에서 기술과 유통, 마케팅까지 모두 다른 기업과 차별화돼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완성도 높은 대체식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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