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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늦둥이 안고 가자 탈출한 한국인 "옷 몇 벌만 들고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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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거주하던 한국인 일가족 5명이 라파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무사히 탈출했다. 이들은 참혹한 현지 상황을 알리며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해 걱정했다.
한국 국적인 최모(44)씨 가족은 이날 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연합뉴스 등과 만나 "겨울옷만 몇 벌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나왔다"면서 "아무것도 없이 도망 나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씨와 한국으로 귀화한 팔레스타인계 남편(43)은 7년 전 남편의 고향인 가자지구에 딸(18), 아들(15)과 함께 정착했다. 이들에겐 7개월 된 늦둥이 막내딸도 있다.
가자지구 핵심부인 가자시티에 살던 최씨 가족은 지난달 7일 전쟁이 발발하자 시댁이 있는 달릴 하와로 거처를 옮겼다. 곧이어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공격하겠다며 대피 명령을 내렸고, 가족들은 10일쯤 남부 도시인 칸 유니스로 이동했다. 피란 생활을 이어가다 가까스로 국경을 넘는 데 성공한 이들은 주이집트 한국 대사관이 지원한 차량을 타고 카이로에 도착했다. 가족 대표로 이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최씨는 "다행히 무사하게 나올 수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가족들과, 친척들, 시부모님이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 있어서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씨는 최근 한 달 내내 집 근처에서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양측 전쟁이 시작됐다. 그는 "주변에서 폭탄이 계속 터졌다.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리고 집이 흔들려서 두려웠다"며 "살던 곳 주변에 하마스 경찰청 등이 있어서 그런지 폭격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 집 바로 옆만 아니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나가라고 하니까 소리 없이 폭격당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피란도 녹록지 않았다. 최씨는 "전기는 당연히 없어서 배터리 충전 등 낮에 할 수 있는 건 낮에 다 처리해야 했다"며 "냉장고를 쓸 수 없어서 미리 사뒀던 흰 콩, 토마토, 옥수수 캔 등으로 버텼다"고 했다. 차량 연료가 부족해 탈출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는 "주유소에서는 구급차나 긴급차량 외에는 기름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남편이 지인에게 사정해서 조금 얻어서 썼다. 탈출할 때 국경까지 오면서 남은 연료를 다 썼다"고 밝혔다.
최씨는 "가자지구의 상황이 상상하는 것, TV로 보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집도 폭격을 당해서 다 무너졌다고 지인에게 들었다"며 "시누이들 집도 다 공습을 받았다고 한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데도 있고 일부만 무너진 곳도 있고 거의 모든 집이 폭격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에도 전쟁이 있었지만 당시엔 이스라엘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지역만 공격했는데 지금은 무차별적"이라며 "병원도, 교회도, 학교까지 공격을 안 하는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최씨 가족은 "살아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남편 사업은 전쟁 때문에 망가졌고 집도 무너진 상황에서 전쟁은 또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이집트는 우리나라도 아니고 남편 나라도 아니니까 일단 한국에 갈 계획을 하고 있다"면서 "거기서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돈도 없으니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그래도 가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고통의 연속이었던 피란 생활이었지만 "7개월 막내딸이 희망이었다"고 최씨는 말했다. 그는 "힘들게 얻은 딸인데 없었다면 너무 막막했을 것"이라며 "울고 웃고 칭얼대는 딸을 보면서 희망을 찾았다. 웃을 일이 없었는데 딸이 웃으면 같이 한번 웃고 그랬다"고 털어놨다.
3년 전부터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밝히고 유튜버로 활동해 온 큰딸도 "가족들이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있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유튜버 활동은 계속할 거다"라며 "전쟁 이야기를 많이 다룰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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