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내 피가 거꾸로 흐르는 승모판역류증, ‘승모판막 클립 시술’로 안전하게 치료"

"심장 내 피가 거꾸로 흐르는 승모판역류증, ‘승모판막 클립 시술’로 안전하게 치료"

입력
2023.11.06 18:00
수정
2023.11.06 2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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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내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승모판역류증을 개흉술 대신 클립으로 고정하는 '승모판막 클립 시술'로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내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는 승모판역류증을 개흉술 대신 클립으로 고정하는 '승모판막 클립 시술'로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승모판역류증(mitral regurgitation·승모판막폐쇄부전증)’은 심장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가는 입구에 위치한 승모판막(僧帽瓣膜·mitral valve)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심장 내에서 역류하는 질환이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부전(心不全)에 노출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기존에는 가슴을 여는 수술(개흉술)로만 치료가 가능해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에게는 부담이 컸다.

‘심장병 치료 전문가’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강 교수는 “중증 승모판역류증에 가슴을 여는 개흉술 대신 클립으로 고정하는 ‘승모판막 클립 시술’이 시행되면서 고령 환자는 물론 심장 수술을 받았던 고위험 환자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승모판역류증이란.

“심장에는 혈액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도록 문 역할을 하는 네 개의 얇은 판막(승모판막, 대동맥판막, 삼첨판막, 폐동맥판막)이 있다. 이 중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존재하는 판막이 승모판막이다. 승모판막이라는 이름은 그 모양이 가톨릭 주교가 쓰는 모자(mitreㆍ僧帽)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승모판막은 4개의 심장판막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아주 가는 끈이 40~50개 연결돼 심장 수축과 이완에 의해 당기고 풀어지면서 닫히고 열린다. 이들 끈이나 주변 구조물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 나면 기능이 떨어진다. 이러한 승모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혈액이 심장 내에서 역류하는 승모판역류증이 발생한다.

승모판역류증의 주원인은 노화다. 이전에는 류마티스성 판막 질환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노화로 인한 승모판역류증 환자가 대부분이다. 처음엔 기운이 없고 쉽게 지치는 증상 정도만 있으나, 병이 진행되면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경증일 때는 심하게 움직이거나 운동할 때만 숨이 차지만, 더 심해지면 가만히 있을 때도 호흡이 가빠지며 숨이 차 똑바로 누워 잠을 자기 힘들어진다. 기침과 가래가 심하며 흉통을 느끼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쉽게 숨이 차고 기침·가래가 많아지는 걸 당연히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보는 게 좋다.”

-승모판역류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중증 승모판역류증의 표준 치료는 수술이다. 수술은 가슴을 열어 본인 판막을 교정하는 ‘판막성형술’이나 기존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으로 바꾸는 ‘인공 판막치환술’을 주로 시행한다. 하지만 최근엔 70~80대 고령의 승모판역류증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만성콩팥병·폐 질환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이전에 심장이나 폐 수술을 받은 환자도 많다. 이런 환자는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받는 걸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수술 후 회복하는 데도 젊은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 보니 치료를 포기하고 근근이 생활하는 환자가 많았다. 이런 고위험군 환자를 위해 ‘승모판막 클립 시술(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ㆍTEER)’이 개발됐다.”

-승모판막 클립 시술을 설명하자면.

“승모판막을 구성하는 두 개의 판막 중 혈액이 역류하는 부분을 클립으로 꽉 집어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없애 혈액 역류를 줄이는 시술이다.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하지 않고 사타구니에 카테터를 넣어 심장 우심방까지 들어간 후 심방 사이의 벽에 작은 구멍을 내 좌심방으로 접근한다. 이후 클립을 전달하는 카테터를 승모판까지 진입시킨 후 벌어진 앞쪽 및 뒤쪽 승모판막을 클립으로 붙잡는다.

이때 식도 초음파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살펴보며 승모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타이밍을 잘 확인하면서 시술을 시행한다. 역류하는 혈류량이 줄어들면 클립을 고정하고 시술을 마친다. 고난도 시술이기에 아직까지 국내에서 시행할 수 있는 심장내과 의사가 10여 명밖에 되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한 시술법이다.

승모판막 클립 시술은 시술에 쓰이는 클립(마이트라 클립)이 2019년 신의료기술로 승인받아 2020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2020년 1월 국내 처음으로 승모판막 클립 시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후 3년 만인 지난 10월 또다시 국내 처음으로 100회 시술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승모판막 클립 시술을 받은 환자 100명의 평균 나이는 78세다. 이 중 최고령은 올해 3월 시술받은 93세 환자로 시술 후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승모판막 클립 시술을 받은 환자 5명 중 2명은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2차성 승모판역류증 환자였다. 환자 2명 중 1명은 심방세동(心房細動)을 동반했으며, 60% 환자에게서 고혈압, 20%에게서 당뇨병, 17%에게서 심근경색 병력이 있었다. 또한 30% 정도의 환자가 이미 심장 시술이나 수술을 받았던 고위험 환자였음에도 시술 성공률 97%, 시술 후 1개월 생존율은 99%나 됐다.”

-승모판역류증을 앓고 있는 고령·고위험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보통 80대 환자에게 시술을 권유하면 ‘살 만큼 살았다’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증 승모판역류증은 절대 편안히 지낼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숨이 차 똑바로 누워서 잠을 자지 못하고 일상생활도 괴로워한다.

이런 환자가 승모판막 클립 시술을 받으면 시술 직후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며, 가슴을 열지 않기에 회복 속도도 아주 빠르다. 시술 당일 오후부터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대부분은 2~3일 후 퇴원한다.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도 문제없이 시술받을 수 있다. 굉장히 안전하게 치료받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므로 환자들도 시술 후 크게 만족해하기에 고령·고위험 승모판역류증 환자라도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꼭 병원을 찾기를 바란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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