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정말 물만 마셔도 살이 찔까?

입력
2023.11.05 06:30
20면
구독

[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몸무게의 주요 구성 요소는 근육·뼈·지방·혈액·피부·수분 등이다. 지방은 크게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뉜다. 이 중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의 주된 목표다.

식사량을 줄이고 열심히 운동해서 체중이 2㎏쯤 줄어든 것을 확인하면 드디어 다이어트에 성공하나 싶어 마음이 들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체중에서 빠진 2㎏이 과연 지방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인 체중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물은 혈액·근육·뼈 등 모든 장기에 들어 있다. 물은 생명체의 기본 요소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몸에 물이 60~70%만 있는 것은 아니다.

80대 초반 남성 C씨. 그는 3개월 전 말기 신부전 진단을 받고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그런데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투석 시작 때에 94㎏이던 그의 체중이 석 달 만에 79㎏으로 15㎏가량 줄어든 것이다.

3개월간 특별한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다. 투석 치료를 장기간 받으면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그런 변화가 생기기에 3개월은 너무 짧다.

그렇다면 C씨의 체중이 15㎏이나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필요 이상의 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일부 체액(림프액 등) 감소도 있지만 줄어든 체중은 거의 다 물이었다.

그는 20년 이상 만성콩팥병을 앓으면서 콩팥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치료를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졌고, 발과 다리는 많이 부어 있었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물과 소금 등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 물과 소금 등을 제대로 못 내보낸다. 성인의 몸 안에는 소금이 250g 정도 있는데 이보다 소금양이 많아지면 콩팥에서 소변으로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콩팥이 나빠지면 이것이 힘들어진다.

몸 안에 소금이 과도하게 쌓이면 몸은 그만큼 많은 물을 몸 안에 더 붙잡아 둔다. 큰 생수병 7개 반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물이 C씨의 몸 구석구석에 머물러 있으면서 부종(부기)을 일으켰던 것이다.

콩팥 투석을 시작한 뒤 투석막을 통해 혈액을 제대로 거르게 돼 몸 안의 소금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몸 안의 물도 빠져나가 체중이 크게 줄었다. C씨의 급격한 체중 감소는 콩팥 투석에 따른 것이므로 일반인에게 나타나는 흔한 현상은 아니다.

콩팥이 정상이고 근육이나 지방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성인의 하루 체중 변화폭은 1.4㎏ 정도, 비율로는 2% 정도로 본다. 평소 짜게 먹던 사람이 어느 날 저녁 삼겹살에 김치찌개에 밥을 배불리 먹으면 하루 만에 체중이 1.4㎏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1.4㎏에는 삼겹살·김치찌개·밥도 들어 있지만, 상당량은 소금 섭취 증가와 그로 인해 늘어난 물이 차지한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쪄”라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다. 물은 0㎉이므로 물만 마셔서는 살이 찌지 않는다. 그런데 왜 물만 마셨는데 체중계 눈금이 올라갔을까. 몸 구석구석에 차 있는 소금과 마신 물이 합쳐져 체중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몸이 잘 붓고, 물만 마셔도 체중이 늘어난다면 짜게 먹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