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서명… "우리도 미국처럼"

입력
2023.11.02 19:58
수정
2023.11.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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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만 철회… 미국과 동등한 조건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발 핵 위협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국제적 우려에 러시아 측은 "핵 사용 문턱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날 법령 웹사이트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고 공지했다. 러시아는 1996년 CTBT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앞서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지난달 17∼18일 2·3차 독회에 걸쳐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상원은 지난달 25일 역시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승인했다. 의회 승인 절차를 마치고, 푸틴 대통령이 이날 최종 서명하면서 러시아는 CTBT 비준 철회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CTBT는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기 관련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으로,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승인됐다. 총 196개 당사국 중 187곳이 서명하고, 이 중 178개 나라가 비준했다.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이집트, 중국은 CTBT 비준을 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발다이 토론 연설에서 미국이 1996년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처럼 러시아도 CTBT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는 이 조약을 비준조차 하지 않은 미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핵 관련 전략적 균형 체제를 훼손하거나 핵 사용 문턱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핵 위협을 일삼은 바 있다. CTBT 비준을 철회함으로써 소련 시절인 1990년 이후 30여 년 만에 다시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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