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수사... 검찰 "연내 마무리할 것"

입력
2023.11.03 00:10
11면
구독

수수 의혹 임종성·허종식 의원 압수수색
이정근, 윤관석 의원 재판서 수수자 지목
檢 "물적 증거 충분... 진상규명 서두를 것"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허종식 의원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허종식 의원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뉴시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연내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상당한 속도를 내야 하는 셈인데, 검찰은 당장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2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임 의원과 허 의원의 자택 및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수수 의원이 압수수색을 받은 건 살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이성만 무소속 의원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윤관석(구속기소) 무소속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28, 29일 이틀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당선을 위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300만 원씩 든 돈 봉투 20개를 살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두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점으로 미뤄 수수 정황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찰이 두 사람을 가장 먼저 지목한 건 수사의 단초가 된 '이정근 녹취록'과 관련해 법정에서 공개된 언급과 관련이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열린 윤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두 의원을 돈 봉투 수수 당사자로 특정했다.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고 말하는 녹취 내용에 대해 검찰 측이 "여기서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그는 또 돈 봉투 살포를 모의한 같은 해 4월 26일 '캠프 기획회의'에서 두 의원이 윤 의원의 금품 살포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녹취록을 중심으로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고, 물적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다"며 "이를 토대로 좀 더 정밀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할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송 전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집중했던 검찰이 현역 의원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돈 봉투 의혹 규명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 지휘부는 내년 총선 일정이나,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윤 의원의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최대한 연말까지 수사를 일단락 짓기로 내부 방침을 세우고 수사팀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봉투 수수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린 다른 의원들도 구체적 정황이 파악되는 대로 강제수사 등 다양한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후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당대회 캠프로 유입된 불법자금 및 책임 범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송 전 대표를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허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300만 원을 받은 적이 없고, 검찰 수사에서 사실 그대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임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수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최동순 기자
강지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