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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잔치'에서 '종노릇'까지... 강해지는 비판에 당국도 분주

입력
2023.11.02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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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8개월 만에 은행권 또 '저격'
금융당국, 상생금융 등 대책 마련 중
이복현 "대출금리 상승 부추기는 수신경쟁 점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이어 은행권을 향해 강한 표현으로 저격하면서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초와 같은 상생금융이나 금리 인하, 서민 지원 상품 확대 등을 금융사에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간 진행해 오던 상생금융 등 서민금융 지원 맥락에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상공인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고 언급하며 은행권을 향한 포문을 다시 열었다. 이어 1일에는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 "너무 강한 기득권층",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 등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올해 2월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약 8개월 만에 다시 은행권을 저격한 것이다.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즉각 '은행권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각 금융사에 '상생금융'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방문하는 금융사마다 수수료와 금리 인하, 원금 상환 지원, 채무 감면 등의 조치가 쏟아졌고 8월까지 집계된 상생금융 실적만 4,700억 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내내 이어진 상생금융 릴레이가 대통령 한마디에서 출발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주 서민금융 개선 TF를 설치해 관련 논의에 돌입했다. 기존 서민금융 상품을 통합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이 골자다. 코로나19 기간 진행했던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식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도 발 빠르게 호응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고금리예금 재유치, 외형 확대 등을 위한 금융권의 수신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금융권 전반의 수신금리 추이와 자금흐름 동향, 자산 증가율 등 과당경쟁 관련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라"고 주문했다. 또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은행권에 대출금리 상승 여지를 줄이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다만 서민·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 지원 등의 대책은 가뜩이나 무섭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더욱 늘리고,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차주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금리를 조정한다면 기존 대출에 대해서만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꼭 금리 조정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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