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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초록으로 뒤덮인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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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차림으로 흰 눈밭을 유영하는 스키어들로 가득해야 할 경사로가 무성히 자란 수풀로 뒤덮여 있다. 11월이면 시즌 개장 준비로 분주해야 할 스키장은 제설기의 굉음은커녕 바람소리마저 너무 크게 느껴질 정도의 적막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리조트 스키장, 불과 1년 전만 해도 눈과 사람을 품었지만 이제 누구의 입장도 거부한다. 최근 수년간 잇따라 문을 닫은 스키장의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순백 대신 초록으로 물든 스키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문을 닫은 주요 스키장은 역대 5곳인데, 이 중 4곳이 최근 7년 내 영업을 중단했다. 2017년에 문을 닫은 충북권 스키장 1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3곳은 전부 최근 3년 내 영업을 중단했다. 2008년에는 3곳이 동시 신규 개장했을 정도로 전성기를 구사하던 스키장 업계가 불과 10여 년 만에 줄폐업 국면으로 돌아섰다. 성황과 불황을 오가고, 소유주가 바뀌었을지언정 완전히 사라진 곳은 거의 없었던 스키장에 그간 없었던 폐업 급류가 덮친 것이다.
스키장 수난시대는 이용객 수로도 명확히 나타난다. 새천년 들어서 연 300만 입장객 시대를 연 후 2011~2012년 겨울 686만 입장객을 받으며 스키 전성기를 구사했지만 이후 꾸준히 역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활개를 치던 2020~2021 겨울을 제외하고서라도 전국 스키장 연간 입장객은 2019년 439만, 2020년 376만, 2022년 374만 명으로 전성기 기준 반토막 수준이다.
스키장과 일생을 함께한 사람들은 이를 숫자가 아닌 피부로 느꼈다. 1985년 개장부터 영업중단 때까지 포천시 베어스타운 리조트에서 근무한 A(68)씨는 “한때 대여 장비 3,600대가 부족해 아침에 온 손님들이 점심에 장비를 받았는데, 2010년 중반부터 시설 관리가 안 되기 시작하더니 필수 시설(리프트)마저 상태가 심각해졌다”고 회상했다. “한번 온 고객들이 (관리 안 된 시설과 눈에) 실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는 A씨의 기억처럼 이용객 감소 ▷ 수익 악화 ▷ 시설 관리·투자 소홀 ▷ 이용객 감소라는 악순환 굴레에 갇혀 스키장이 사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키장 이용객 감소는 우리 사회의 거시적 문제: 인구 감소, 경제불황, 기후위기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스키를 탈 체력이 있는 젊은 인구가 줄고, 그나마 있는 젊은 인구는 상대적으로 비싼 레저활동인 스키를 탈 수 있는 경제력이 없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점점 따뜻해지는 겨울 탓에 슬로프가 열리는 연중 일수도 줄고 있다. 스키장의 주 고객층은 연간 시즌권을 결제하는 회원들인데, 연중 슬로프 개장 일수가 줄면 회원권의 실질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게다가 그나마 계속되는 겨울 동안에도 눈이 내리지 않아 인공 제설에 비용을 더 쓰게 된다. 결국 전술한 악순환이 가속화된다.
무심코 지나치다 눈에 띈 어떤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광경, '이한호의 시사잡경'이 생각할 거리를 담은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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