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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반기술 진화 활발, AI와 결합해 새로운 도약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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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퇴조론 불구 산업현장은 기술개발 속도전”
메타버스 퇴조론이 대두됐지만 표피적 진단에 불과할지 모른다. 글로벌 메타버스산업을 주도했던 미국 메타(구 페이스북)가 실적 부진에 빠지고, 대표 서비스로 선보인 3D 그래픽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은 정체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제반 기술과 서비스 플랫폼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재정립(마크 저커버그ㆍ2023년 9월 ‘커넥트 2023’)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호라이즌’은 현실 대체와 초월이 모두 가능한 궁극적 메타버스를 모토로 내세웠으나, 당장은 기술 기반이 전반적으로 미흡해 되레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회의론만 키운 셈이 됐다. 하지만 국내외 산업현장에서는 장래 메타버스로 수렴될 부문별 기반기술들이 활발하게 진화하면서 보다 높은 수준의 메타버스 구현의 꿈에 하루가 다르게 다가서고 있다.
2021년 출범한 ‘메타버스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산ㆍ학ㆍ연ㆍ관이 결집한 협력체다. 매년 ‘코리아 메타버스 페스티벌(KMF)’을 열어 국내 산업현장의 신기술과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열린 올해 KMF의 모토는 ‘어게인(Again) 메타버스, A.I.와 손잡다!’였다. KMF에서 확인된 메타버스 산업의 현황과 전망, 과제를 메타버스얼라이언스 의장인 유지상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로부터 듣는다.
“초거대 AI, 메타버스와 융합해 현실 같은 가상세계 도약 이룰 것”
-최근 열린 ‘코리아 메타버스 페스티벌(KMF) 2023’의 주제는 ‘어게인(Again) 메타버스, A.I.와 손잡다!’였다. 무슨 의미인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ㆍ비접촉 트렌드와 맞물렸던 글로벌 메타버스 열풍이 엔데믹에 맞춰 지난해 이래 급격히 가라앉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메타버스 사망선고까지 거론할 정도다. 하지만 다소 오해와 과장이 있다. 우선 메타버스라고 하면 흔히 메타의 ‘호라이즌’이나 ‘로블록스’, 국내 네이버의 ‘제페토’ 같은 특정 플랫폼 서비스 양식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굳어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실과 연계돼 그걸 대체하거나 초월하는 디지털 가상세계’로 개념을 확장한다면, 관련 기술들은 수많은 분야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가상(VR)ㆍ증강현실(AR), 복합현실(MR) 등 몰입형 기술과 서비스는 물론, 최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경제 구현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도 메타버스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술들로 메타버스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어게인(Again)’을 썼다고 본다.
초거대 AI 역시 메타버스의 핵심 도약대가 되고 있다. 서비스 양식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세상을 가능케 할 것이다. ‘AI와 손잡다’는 메타버스 산업이 AI와 융합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셈이다.”
-AI의 비약적 발전은 최근 메타버스 산업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최근 부상한 초거대 생성형 AI는 놀라운 언어ㆍ이미지 능력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코딩부터 이미지 디자인 개발까지 매우 높은 수준의 지적업무에서 인간을 크게 보강하는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가상현실의 버추얼휴먼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기술이 필요하다. AR도 마찬가지다. 현실 배경 위에 가상의 객체나 정보를 덮어씌우기 위해서는 배경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는데 이때 AI 기술이 적용된다. 메타버스의 핵심인 가상공간 구현에 있어서도 3D 모델링과 텍스처링(표면질감표현) 등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비약적 방법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성숙 위해 반도체, 헤드셋, 통신망 등 하드웨어 고도화 절실”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가상현실 콘텐츠, 또는 현실과 연계해 현실적인 사회ㆍ경제ㆍ문화활동이 이뤄지는 가상현실인 ‘디지털트윈’의 가장 유력한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시장성이 보장되는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제시한다면.
“무엇보다 편의성이 제고돼야 한다. 사용자 단말기는 이용에 부담이 없어야 하며, 가격도 대중적 수준으로 맞춰져야 한다. 사용자 간, 사용자와 서비스 콘텐츠 간 쉽고 불편하지 않은 상호작용이 보장돼야 한다. 현실의 효율적 대체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킬러콘텐츠와 서비스가 등장해야 한다.”
-충분한 시장성 수준의 메타버스 진화를 위해 시급한 기술적 과제들은 어떤 게 있나.
“메타버스 대중화를 위해선 MR 헤드셋 같은 사용자 단말기의 개량이 절실하다. 최근 소개된 애플의 ‘비전프로’나 메타의 ‘메타퀘스트3’ 등은 진전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특히 ‘비전프로’는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단말기를 지향하고 있어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기타 하드웨어의 발전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초거대 AI를 실현할 반도체 개발은 메타버스 콘텐츠의 화질 등의 개선에도 꼭 필요하다. 6세대(6G) 통신망이 적용되는 단계에 이르면 서비스의 지연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하드웨어의 발전이 킬러콘텐츠의 등장과 맞물려 대중화해야 진정한 메타버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국내 메타버스는 몰입형 VR 게임, 버추얼휴먼, 디지털트윈 등 상용화”
-최근 ‘2023 KMF’에서 보여준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 기술 수준은 충분한 시장성을 감안한 질적 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전반적으론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수준에 맞춰지다 보니, 충분한 시장성이 확보됐다고 볼만한 서비스 콘텐츠는 드물다. 다만 다양한 기반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상용화에 접근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건 주목할 만하다. 특히 현실을 효율적으로 대체하는 디지털트윈 분야에선 제조, 건설, 의료, 국방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기술 수준도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솔루션, 콘텐츠 저작 툴 등은 글로벌 빅테크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의 경우처럼 수조 원,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있어야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경쟁력이 높은 콘텐츠 분야를 집중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VR용 게임, MR용 콘텐츠, 생성형 AI와 접목된 다양한 교육, 관광 콘텐츠, 버추얼휴먼 제작, 정교한 디지털트윈 활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초기 개발단계인 플랫폼이나 솔루션, 소프트웨어 툴의 기술 개발도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얼라이언스’를 통해 개발된 대표적 메타버스 진전 사례를 꼽는다면.
“얼라이언스는 출범 이래 현재 국내 1,020개가 넘는 기업과 기관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조직 내에 윤리제도, 기업육성, 기술표준, 인재양성 등 4개의 분과위원회가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 그룹을 운영해 정부 연구개발(R&D) 지원과 연계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유관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윤리제도 분과 주도로 창의와 혁신의 협력적 생태계를 지원하는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제정한 것도 중요 성과로 생각한다.”
“스마트폰 이을 차세대 단말기 표방한 애플 ‘비전프로’ 주목”
“기반기술 상용화로 2030년 9,000억 달러 시장 형성”
-얼라이언스 출범 당시에 비해 국내외 메타버스 산업 열기가 다소 가라앉은 느낌이 없지 않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최근 소개되고 출시를 앞둔 단말기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만한 애플 ‘비전프로’는 출시와 함께 공간컴퓨팅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간컴퓨팅이란 각종 센서를 사용해 공간에서 사용자의 위치와 방향을 추적해 디지털 콘텐츠를 실제 세계에 투영(증강)하는 일종의 몰입형 기술이다. 스마트폰 앱도 공간에 투영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이 환경에 적합한 앱들도 적잖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전프로’와 함께 메타의 ‘메타퀘스트3’, LG 컨소시엄이 추진 중인 AR 글라스, 삼성전자가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MR 글라스 등도 가라앉은 메타버스 열기를 되살릴 모멘텀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메타버스 ‘제2 도약기’가 온다면 언제쯤일 것으로 보는가. 또 향후 시장 규모나 고용창출 규모를 추정한다면.
“예컨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선보인 궁극적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하려면 몰입형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AI 반도체,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주변 기술도 고도로 발전돼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완결된 세계 수준의 메타버스의 구현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전까지는 상용화 가능한 기술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베인앤컴퍼니에 의하면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 최대 9,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5가지 핵심 경쟁분야로 가상경험, 콘텐츠 제작 도구, 앱스토어 및 운영체제, 디바이스, 컴퓨팅 및 인프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도 ’언리얼’이나 ‘유니티’와 견줄 엔진 개발 도전 필요”
-현재 상용화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소개한다면.
“다양한 몰입형 VR 게임 등이 출시돼 있고, 몰입형 피트니스, 엔터테인먼트도 주목받고 있다. 인체 해부도, 전기자동차 구성도, 가상의 전장 환경구축 등의 교육용, 훈련용 VR 콘텐츠도 활용되고 있다. MS의 홀로렌즈 단말기 등을 이용한 AR 서비스도 산업 현장 등에 적용됐다.
버추얼휴먼도 광고나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에서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AI 기술 융합으로 진짜 사람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기술력도 좋아졌다. 현실 대체 서비스를 의미하는 디지털트윈 분야에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산업 현장을 트윈으로 구성하여,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를 지원하는 등 응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보다 산업정책이 냉온탕을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 메타버스 열풍이 일시 가라앉은 듯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관련 기술들은 반드시 육성돼야 한다. 좀 야심 찬 말씀을 한다면 ‘언리얼’이나 ‘유니티’에 도전할 만한 콘텐츠 제작 및 구현 엔진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정책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 미래 메타버스 관련 산업의 토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스팀’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 개발도 병행되면 좋다. 단일 기업이 도전하기엔 벅찬 과제다.
2020년 12월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이 발표되고, 2022년 1월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이 부처 합동으로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메타버스 전략을 수립하는 등 정책을 강화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열기가 식으면서 민간 투자금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의지로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메타버스, 몰입형 콘텐츠가 주로 게임콘텐츠 중심으로 발전하는 만큼, 필요하다면 게임산업 규제도 산업생태계 확장 차원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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