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재수교 3년 만에 "이스라엘과 단교" 선언

"가자 주민 향한 인권 침해 심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집을 떠나고 있다. 가자지구=AP연합뉴스

남미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전쟁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볼리비아 대통령실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인권 침해를 입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스라엘에 공식 서신을 보내 외교 관계를 끊겠다는 결정을 알렸다"며 "생명 존중이라는 원칙적 틀 내에서 우리 정부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연대하고, 전쟁 범죄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교 시점 등 구체적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의 국교 단절에 나서는 국가가 나온 건 처음이다. 볼리비아는 에보 모랄레스 정부 시절인 20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문제 삼으며 이 나라와의 단교를 선언했으며, 2020년에야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터지면서 좌파 성향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다시 이스라엘을 비난해 왔다.

볼리비아의 단교 결정이 '친(親)팔레스타인' 성향 중남미 주변국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앞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나치'에 비유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비판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