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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휴전 논의에 찬물 끼얹은 네타냐후... 이 “터널 입구 등 300곳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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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과 관련해 “휴전은 없다”고 30일(현지시간) 못 박았다. 현시점을 “전쟁의 시간”이라고 규정하며 가자지구 지상전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교전 중단 또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휴전 협상 가능성 자체를 일축한 것이다.
이 같은 네타냐후 총리의 ‘마이 웨이’ 고수는 시급한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해소를 위해 단 며칠만이라도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국제사회 여론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그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나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의 안전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에만 몰두하느라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30일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요청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지상전 개시로 전장이 더 확대된 상황에서 교전 중단이나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회의였다.
라나 자키 누세이베 UAE 대사는 “(27일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팔레스타인이 국제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진실을 세계 121개국이 옹호했다”며 법적 구속력도 있는 안보리 차원의 결의를 촉구했다. 리사 도튼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지원국장도 “23일간의 포위 공격을 견딘 주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전투를 잠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31일 오후에도 논의를 이어간다.
그러나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시내각 회의 후 회견에서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라며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휴전 요구는 하마스, 테러, 야만에 항복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호소를 외면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선을 그은 게 단지 ‘타도 하마스’ 목표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네타냐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이스라엘 리쿠드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네타냐후의 국내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났다. 전쟁을 길게 끌고 갈수록 그의 생명도 연장되는 셈”이라고 짚었다.
미국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힘을 실어 줬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의 휴전은 오직 하마스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을 피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민간인 인명피해를 ‘부수적 피해’로만 여기는 모습이다. IDF는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세 방면에서 에워싸며 지상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다. 3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IDF가 도시 중심도로인 살라 알딘 도로의 북쪽과 남쪽 방향, 북동부 베이트하논 등에 탱크 수백 대를 투입해 가자시티 변두리 시가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위성사진상 일대의 주택과 도로 곳곳에 폭발로 생긴 구덩이가 보이고, 아파트가 완전히 무너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와의 시가전, 도심 폭격도 확인됐다. IDF는 31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간밤 우리 군이 건물 등에 매복해 있던 테러범 다수를 사살하고 하마스의 터널 입구, 군용 건물 등 약 300곳의 목표물을 타격했다”며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격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국제안보 컨설팅업체 수판그룹 콜린 클라크 연구이사를 인용해 전날부터 가자 전역에 수많은 폭격이 있었고, 대규모 폭발로 지하 구조물도 부수는 ‘벙커 버스터’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필리페 라자리니 대표는 “사망자의 약 70%가 여성과 어린이”라며 “이들은 전쟁의 ‘부수적 피해’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굶주림과 절망이 국제사회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안보리의 무력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개전 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31일 기준 8,306명(어린이 3,457명)이라고 밝혔다.
IDF는 가자지구 병원마저 직접 공격하기 시작했다. 환자 9,000명을 돌보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암 병원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병원’은 30일 IDF 공습으로 산소와 물 공급이 중단됐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병원 좌표가 이스라엘에 사전 공유됐음에도 (이스라엘은) 폭격을 가했다”고 규탄했다. 솝히 스카익 병원장도 CNN에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가장 심각한 피해는 환자들을 괴롭히는 불안과 공황”이라고 말했다. 피란민만 5만5,000명이 몰린 가자지구 최대 병원 ‘알시파병원’과 ‘알쿠드스 병원’ 인근에서도 밤새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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