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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이전 공공기관 직원은 6년 지나도 뿌리 못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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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비수도권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청년에게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직접 물어보고,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미시적 근거를 찾아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비수도권 지역을 한 곳씩 분석해 게재한다.
_오늘 인터뷰 참석자는 전북 익산시 소재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 동료들로 모두 타지에서 성장해 익산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성준(사업지원팀)= 경남 창원에 살다 농진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전북 익산으로 왔다. 대학생 때 2년 정도 창업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창업 지원 기관 사람들과의 인연이 계기가 돼, 농업기술진흥원에서 R&D기업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이지은(벤처사업팀)= 충남대학교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농업 관련 공공기관에 취업할 결심을 하고 처음 수원 소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청년인턴 경험을 했다. 이후 실용화재단의 조치원 창업지원센터에서 6년가량 근무하다 이곳으로 이직했다. 직장을 따라 수원 조치원 익산으로 옮겨 다니며 살았다.
정소현(사업지원팀)= 현재 사업지원팀에 청년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작물 병해충을 전공해 관련 공공기관에 취업하려 한다. 졸업 후 산림 관련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가 2021년도부터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인턴을 하고 22년에는 대전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인턴을 했고, 올해 이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이호형(사업지원팀)= 본가는 광주이고 학교는 전주에서 다녔다. 이곳에 취직해 익산에서 2년 살았다.
_익산에서 살아보니 어떤가
호형= 정착하는데 제일 중요한 고려 요소가 주택인데 익산 집값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반면 약국 등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해 아쉬운 점이 있다. 사실 주말에는 거의 익산에 있지 않는다. 전주에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대학 친구들을 만나거나, 기차로 30분 거리인 본가 광주로 내려간다. 익산에 살면서 회사 이외에 다른 곳을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성준= 여유롭고 음식 맛이 괜찮은 도시다. 반면 외로운 도시인데, 차가 없으면 외출하기도 주변 사람과 교류하기도 힘들다. 고향 창원과 비교하면 대중교통이 크게 불편하다. 익산의 하나뿐인 종합병원인 원광대 병원 외에는 병원도 부족하다.
지은= 저는 성향상 사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걸 찾는 편이다. 익산에 살게 됐으니 가 보지 못했던 전라도 지역을 돌아보는 걸 좋아한다. 익산은 수도권에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전라도 지역이다. 서울에서 익산까지 1시간 초반대에 올 수 있어, 통근하는 직원들도 있다. 그런데 익산 시내에서는 이동이 불편하다. 서울에 출장을 갔다 돌아왔는데, 한파가 극성을 부릴 때였기 때문인지 택시가 없었다. 버스정류장에 갔는데 언제 버스가 오는지 모르겠더라. 다른 사람들도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날 이후 출장 때 주로 차를 운전해 간다.
-타지에 오면 사람도 사귀어야 하고 휴일에 지내려면 어디 갈 때도 있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기 힘들 거 같은데.
지은= 직장 동기들이 스무 명 가까이 되고 대부분 타지에서 왔기 때문에 주로 이들과 어울린다. 친한 동기들과 인근 도시를 방문하거나 익산의 맛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성준= 익산 주민들과의 교류는 익산 내에서 대중교통이 불편한 점 등 때문에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_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농진원도 2017년 익산으로 이전했다. 그 효과로 여러분도 익산에서 살고 있는데, 정부가 기대했던 균형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호형= 글쎄, 교통과 다른 생활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이전만으로 관련 직원들이 그 지역에 정착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은= 그래도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제가 수원에서 인턴을 할 때 지방 이전 방침이 전해졌다. 과연 얼마나 많은 직원이 집을 옮길지 의문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결국 많은 직원이 이곳에 정착하고 있다. 또 익산서 택시를 타고 송학동에 가달라고 하면, 기사들이 농진원을 대부분 알고 있다. 수원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_공공기관 이전을 따라 익산에 정착한 청년 직원들이 쉽게 정을 붙이고 정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은= 익산 거주 청년들이 소통 교류하는 커뮤니티나 모임이 따로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익산시 청년시청(청년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하지만 익산 원주민 청년의 취업 창업과 관련된 건 많은데, 우리처럼 이 지역에 이주해 온 청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사내 동호회를 찾게 된다. 익산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는 거의 없다.
소현= 인턴 근무 기간은 6개월이지만, 그 기회를 통해 익산에서 친구를 사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기회를 찾기 힘들다. 익산 생활을 궁금해하는 타지 친구들에게 익산을 소개할 만한 대표적인 장소도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친구들을 익산으로 초대할 때 고민이 많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그 지역 주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다. 새로 입사하는 직원 중에 전북 출신 비율이 얼마나 되나.
성준= 전주 광주 지역 청년들이 많이 입사하고 있다. 근무하는 청년인턴 중 전주나 전북권에서 지원한 인턴들에게 물어보면 공공기관을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원하는 직장이 있다면 타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
호형= 저도 지역인재 채용제도를 통해 입사했다. 그런 점들은 분명 전북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미 자녀가 수도권에서 학교에 다니는 경우는 가족이 모두 익산으로 이주하기는 힘들지만, 새로 취업하는 청년들은 굳이 직장이 먼 수도권에 살려고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 공공기관 이전의 균형발전 효과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_포항과 광양의 청년 문제를 조사하면서, 지역 내 좋은 직장이 있음에도 청년들이 그 지역을 떠나는 이유가 이성을 만나기 어렵고 또 만나는 이성과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런 문제는 없나.
성준= 타지에서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익산 거주자와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 사람과 오래 만나게 되면 서로 먼 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직장 내에 주말부부가 꽤 있는데, 생활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익산에 정주할 것이라고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관계 유지에 어려움이 느껴졌다. 사내 동료나 익산 지역에 있는 다른 기관 직원 외에는 이성을 자연스레 만나는 건 어려운 거 같다.
지은= 우리 회사에 사내 부부가 10쌍이 될 정도다. 수원에서 만나서 함께 내려와 결혼한 경우도 있지만, 업무 끝나고 술 한잔할 친구들이 대부분 직원이니 자연스러운 결과다. 개인적으로도 익산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면서 사귄 동료는 직장과 유관 기관 사람밖에 없다.
_아는 지인이 익산으로 생활 기반을 옮기겠다고 한다면, 권장할지 아니면 만류할 건지 궁금하다.
성준= 전주, 익산, 군산 등 인근 도시 중 한 곳을 고민한다면 익산을 추천할 것이다. 우선 타지로 이어지는 교통 면에서 전주 군산보다 편리한 편이다. 병원 같은 생활 인프라가 전주보다는 부족한데, 그런 것이 필요할 때는 전주나 광주로 가면 되니까 크게 문제없을 것 같다.
지은= 청주에서 생활한 경험에 비춰본다면 청주는 생활 인프라를 다 갖추고 있다. 미술관, 백화점, 아웃렛도 있다. 익산에 오니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해 전주, 군산에 살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내 입장에서는 익산이나 전주 군산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나라면 30분 걸려 전주에 가느니 1시간을 써서 대전에 갈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익산에 대형 쇼핑몰 등 생활 편의시설이 늘어난다면 전북권에서 익산은 발전 잠재력이 큰 곳이다.
소현= 저도 경남에 오래 살아서, 전북 내 도시의 장단점을 구분하기 어렵다. 전주는 이미 너무 큰 도시이다 보니 살고 싶지 않고, 익산에 생활 편의시설이 갖춰진다면 익산을 선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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