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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되면 이 가수 공연장에 등장하는 '효도텐트'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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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7시쯤 서울 송파구 KSPO돔(옛 체조경기장). 돔 출구 앞에 위치한 가로 약 30m, 세로 13m 규모의 대형 텐트 안에는 20, 30대로 보이는 이들이 여럿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대리운전 호출을 기다리는 운전사들의 행렬이 아니다. 한 시간 전 시작한 가수 임영웅 공연장에 부모를 들여보낸 자식들이 공연장 앞에 설치된 이 텐트에서 부모를 집에 모셔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텐트엔 임영웅의 이름을 따 '히어로(영웅) 스테이션'이란 문구가 영문으로 붙어 있었고 그 안엔 3~4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 40여 개가 놓여 있었다. 부모만 임영웅 공연을 관람시킨 자식들이 공연을 보고 나오는 부모를 기다리는 정거장, 즉 야외 대기소인 셈이다. 해가 지고 사위가 어둑어둑해지자 텐트엔 불이 들어왔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대학생 홍모(25)씨는 "공연장에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며 "아무래도 이런 곳은 생소할 수 있어 공연 전 일찍 와 굿즈(응원봉 등 상품)도 사고 포토월에서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알려주고 함께 집에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씨는 어머니와 공연 끝나고 야외에 우뚝 선 이 텐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27)씨는 "공연 끝나면 인파가 한 번에 몰리고 지하철이 복잡하기도 해 경기도에 사는 어머니 귀가를 좀 챙겨드리려 동생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식들은 "부모들을 체험학습 보내는 마음"으로 임영웅 공연장에 따라나섰다. K팝 아이돌그룹의 공연장 밖에서 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들을 기다리며 귀가를 준비한다면, 임영웅 공연장에선 그 반대다. 자식들이 밖에서 부모들을 기다리며 공연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공연 시장에 자녀를 둔 50대 이상 관객들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생긴 변화다.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KSPO돔에서 6회 동안 진행될 임영웅 서울 공연엔 티켓 예매자 기준 40, 50대가 23.4%(인터파크)를 차지했다. 12월 같은 곳에서 열리는 트레저 등 여느 K팝 아이돌그룹 공연 40, 50대 예매자가 보통 3%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8배에 가깝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60대 이상을 비롯해 20, 30대 자식 혹은 사위, 며느리 등을 통해 표를 대신 구한 관객까지 고려하면 임영웅 공연에 중년층 비중은 30%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게 공연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중년 관객 그리고 그 자녀를 위해 공연장 밖에 대형 텐트를 세워 쉼터를 만들었다. 밤엔 자식들을 위한 공간이 되는 이 효도 텐트는 낮엔 부모들의 놀이터로 쓰인다. 공연 시작 5~6시간 전부터 공연장에 와 임영웅을 소재로 두런두런 얘기를 함께 나누는 고령 관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텐트 아래 돗자리를 깔고 5명의 지인들과 함께 앉아있던 최모(63)씨는 "공연장 분위기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고 (임영웅 팬덤 영웅시대) 카페 회원들과 얘기도 하고 공연장 주변에서 사진도 찍기 위해 군포에서 지하철 타고 일찌감치 출발해 낮 12시쯤 도착했다"며 "이렇게 함께 어우러지다 보면 가족 같은 느낌도 들고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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