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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대전 낳고 세종 분가시켰더니 ‘꼬바리’ 대우...'힘쎈 충남'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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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는 평평하다. 평균 해발고도가 100m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산세는 뾰족하지 않고 후덕하다. 사람 성품은 태어난 곳의 지형과 산세를 따른다는 말이 맞는다면 '충청도 양반'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충남이 포함된 충청권은 동시에 ‘멍청도’로 불린다. 선거 때마다 민심 풍향계, ‘킹 메이커’가 되고도 제 잇속은 챙기지 못하는 데서 나온 자조적 표현이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도정 전면에 ‘힘쎈 충남’이라는 두 단어를 내세웠을 때 ‘이질감’과 ‘반가움’이 교차했다면 아마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지사는 “충남이 대전을 낳았고, 세종도 충남에서 분가했지만 충남에 돌아온 것은 홀대였다”며 “이젠 한없이 내주기만 하던 ‘어머니’에서 벗어나 충남을 서해안시대의 중심으로 키우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끌 ‘힘 센 아버지’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화력발전소 절반을 보유한 탓에 모두가 ‘충남 탄소중립 불가’를 이야기할 때 ‘탄소중립경제특별도’를 선포하는가 하면, 충청권은 물론, 경기도와 전북도, 해외 도시들과도 손을 잡으며 광폭 행보하는 김 지사를 19일 내포신도시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나온 뒤 ‘충남도에 국립대 의대 신설’ 요구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였다.
-병원 많은 수도권과 대전이 가까운데 의대가 또 필요한가.
“충남은 경북, 전남과 함께 국립의대가 없다. 국립의대는 물론 부설병원조차 없는 곳은 전국에서 충남이 유일하다. 의대가 들어와야 교육이 살고, 유능한 병원이 있어야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다.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충남에 국립의대가 필요하고, 의료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서 지역민들이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충남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가 1.5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의대 신설 마지막 기회로 보고 각 대학이 뛰고 있다.
“국립의대 신설 문제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협력하고 있다. 국립의대 신설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국립대 세 곳의 의대 정원을 120명으로 해도 모두 360명 밖에 안 된다. 국립의대 없는 곳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작년 선거 때 공약한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외에도 경기도와 전북도와도 광역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사방으로 팔을 뻗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분권, 경제발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뭉쳐야 한다. 17개 시도로 잘게 쪼개셔서는 목소리만 많고, 뭉쳐도 시너지를 못 낸다. 전국이 7, 8개의 광역시도가 돼서 특색 있는 정책을 추진하면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충남과 대전 세종 충북은 행정통합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 인구 560만의 덴마크 정도 되는 것인데, 이 정도 되면 지방 분권, 지역 경제 발전에 있어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
-대구ㆍ경북이 행정통합에 실패했고, 그보다 낮은 수위의 부울경 특별지자체도 실패했다. 남은 임기 3년 안에 가능한가.
“행정통합을 목적으로 추진하되, 임기 동안 행정통합이 안 이뤄지면 유럽연합(EU)처럼 연합체라도 구성해서 갈 것이다. 지역화폐 공동 발행, 충청권 광역 도로ㆍ철도망 구축 등을 같이 할 수 있다. 4개 시도지사가 2026년까지 행정통합이 안 되면 충청연합을 출범시키기로 동의했다. 도민들에게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경기도, 전북도와의 협력 추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큰 강이 있으면 그 강의 하구는 양안으로 발전한다. 일제의 수탈 목적이긴 했지만, 금강하구에 군산항(전북 군산)과 장항항(충남 서천)이 발전했고, 그 주변으로 제련소가 들어섰다. 경부선이 생기면서 그 축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다 보니 그 입지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뒤처져 있는데, 이걸 복원하고자 한다.”
-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우선 경기도와는 아산만을 중심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4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베이밸리 메가시티를 구축하겠다. 천안 아산 당진 서산 평택 안성 화성 오산을 아우르는 광역권이다. 이곳을 'K-실리콘밸리'로 건설해 대한민국의 향후 100년 먹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미 양 도의 실무협의체가 돌아가고 있고, 연말쯤 구체적인 공동 사업을 놓고 김동연 지사를 만날 것이다.”
-전북도와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
“문화 역사적으로 보면 전북은 공주-부여-익산으로 연결되는 대백제권이다. 공부 부여가 백제 수도일 때 지금 표현으로 치면 충남과 전북은 ‘수도권’이었다. 금강을 중심으로 역사적 문화적 의미 발굴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성황리에 끝난 대백제전에 해외 귀빈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고대로부터 중국과 교류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7개국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한 것이다. 이같은 교류를 통해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 덕분에 한중 관계 냉기류 속에서도 쓰촨성, 상하이, 항저우 등을 방문해 기업을 유치했다. 국가 외교는 국제 정세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만 지방외교는 막힌 중앙정부 외교도 뚫고 지난다. 지방외교를 통하면 현안 해결도 쉽고, 사업 추진도 쉽다.”
- 유럽 출장도 지방외교 차원인가.
“그렇다. 경제ㆍ문화 교류 확대 목적이다. 10월 말~ 11월 초 독일과 폴란드를 방문해 EU 150개 기업을 모아서 투자 설명회를 한다. 중국에 거점을 둔 세계적 기업들이 미중ㆍ양안 관계 악화, 중국의 장기 집권 체제 등에 굉장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전 출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그들에게 중국에 거점을 두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충남에 기지를 하나 더 두는 ‘차이나+1’ 정책을 제안하려고 한다. 또 마침 올해가 한독수교 140주년이다. 방문 기간 중 전통 공연을 통해 한류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지방외교에서 문화 교류는 빼놓을 수 없다.”
-모범적인 외국인 노동자 정책 모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번 오면 5, 6개월 일 하는데, 그 기간의 임금 착취, 인권 탄압, 불법체류 문제 대부분이 중간에 낀 브로커 때문에 발생한다. 충남은 현재 라오스 정부와 협약을 맺고 인력이 필요한 곳에 라오스 노동자를 배치하고 있다. 또 유학생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 대학에서 공부해 한국어와 우리 문화에 익숙해진 유학생은 아주 고급한 노동력이다. 이들이 한국에 머물면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와 외국인 취업 제도 개선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기피하는 농촌인데, 2026년까지 청년농업인 3,000명을 유입시키겠다고 했다. 가능한가.
“돈 되는 미래형 농업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산AB지구 농지에 스마트 영농단지를 2025년까지 조성해, 임대하는 방식으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할 것이다. ‘스마트팜 사관학교’도 만들고 여기서 전문농업인으로 거듭난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보금자리 주택과 3년 동안 월 11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할 것이다. ‘내포 농생명 바이오 그린단지’는 서산AB지구와 각 시군의 청년농업인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대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단순 먹거리 생산이 아니라, 지역 소멸 위기 극복, 식량안보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화력발전소 절반이 집중된 곳인데,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경제특별도'를 선포했다.
“충남이 국내 탄소 배출량 1위다. 화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철강회사(당진), 석유화학단지(서산)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고, 그럴 바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 능력을 갖추겠다는 역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2032년까지 충남지역 화력발전소 절반이 폐쇄된다. 이에 따라 인구 감소, 지역 경제 위축이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수소발전, 탄소중립 실증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국비 2,296억 원을 유치했다. 탄소중립경제 전략이 성공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97조 원에 달하고, 일자리 57만6,000개가 생긴다. 탄소중립과 지역경제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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