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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들의 대거 은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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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현안을 진단하는 ‘홍춘욱의 경제 지평선’을 3주에 1회 연재합니다.
올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주자, 1958년생 개띠가 65세가 됐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지공거사'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노약자 칸이 붐비기 시작한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공식적으로 노인이 되면, 경제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1958년생 개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잠깐 살펴보자.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약 8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는 3가지 면에서 운이 좋았다. 첫 번째 행운은 이들 대부분이 성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상하수도 등 사회 인프라가 갖춰질 때 태어난 데다, 미국 등 선진국의 구호물자 덕분에 극심한 빈곤에 시달릴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2023년 현재 베이비붐 세대 중 약 700만 명이 살아 있고, 건강 수준도 예전보다 훨씬 좋다.
1970년에는 65세 노인의 기대 여명, 다시 말해 앞으로 평균적으로 더 살 기간이 13년에도 못 미쳤지만 오늘날 65세 노인은 21년 이상 더 살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높다란 표현을 쓴 이유는 기대 여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10년 뒤 58년 개띠가 75세가 되면, 이들은 현재의 75세 노인보다 훨씬 긴 여생을 보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붐 세대가 겪은 두 번째 행운은 교육기회의 확대였다. 58년 개띠가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경기‧경복 등 일부 명문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1968년에는 중학교 시험 재수생이 서울에만 6,000명 이상이란 보도가 있을 정도였다. 박정희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의무교육 완성 6개년 계획'에 따라, 초등학교 진학률이 96%에 도달한 반면 중학교 정원은 이들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니 입시 과열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특히 1949년 이뤄진 농지개혁으로 국민 대부분이 작은 땅을 가지게 돼 ‘우리도 부자 될 수 있다’는 꿈을 품고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도 경쟁률을 상승시킨 배경으로 작용했다.
결국 박정희 정부는 1969년 서울지역 중학교를 대상으로 무시험 입학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1970년 부산‧대구 등 10대 도시로, 1971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실시했다. 중학교 진학 수요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전국에 370개가 넘는 중학교를 설립, 1971년 중학교 진학률은 71.5%까지 높아졌다. 그 결과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29.1%까지 상승했다. 해방세대(1946~1954년생)의 거의 2배에 이른다.
58년 개띠의 행운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대학 문을 나선 80년대는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장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1984년부터 시작된 저유가와 저금리 환경, 그리고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의 엔화 강세로 한국 수출은 1980년 150억 달러에서 1988년 6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단 8년 만에 4배 늘어난 셈이니, 취업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교정에 포항이나 울산 그리고 수원에 있는 대기업 투어를 시키는 버스가 줄 지어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투어에 참석한 대학생 중에 일부는 바로 장학금 받고 입사 원서를 작성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58년 개띠가 큰 행운을 누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 입장에서 58년 개띠의 존재 자체가 큰 기여를 했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1990년대에 시작된 정보통신 혁명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잘 교육받은 풍부한 노동력이 존재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1970년대 '경제 기적'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높은 성장을 기록했지만, 1990년대부터 만성적인 저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섬유‧의복‧신발 등 경공업 중심에서 조선‧철강‧전기전자‧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두 나라의 성패를 가르는 데에 교육 수준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신문물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의 특징은 크게 볼 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잃어버릴 게 많지 않은' 사람들로, 젊은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수십 년에 걸쳐 습득한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데, 새로운 기술을 흔쾌히 익히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일수록 기술 변화에 잘 적응한다. 최근 발간된 책 ‘보이지 않는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의 전환에 고등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의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고부가가치 산업) 고용주들은 비판적으로 글을 읽고, 기초적인 수학을 할 수 있으며, 세심한 논리적 결정을 내리고, 컴퓨터를 사용하며, 영어를 할 줄 아는 노동자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중략) 한국과 대만의 경우를 보자. 저숙련 제조업에서 전환을 시작했을 때, 그들의 노동력 중 3/4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략) 저부가가치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이 약화되었을 때, 그들이 고소득/고생산성/혁신경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이지 않는 중국’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잘 교육받은 젊은 노동력의 존재는 한국 경제성장에 대단히 큰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58년 개띠의 은퇴연령 진입은 한국 경제에 여러 변화를 촉발할 것이며, 그 가운데에서 노동력 부족 사태가 주목받을 것이다.
거대 인구집단의 은퇴는 임금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자본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사학계의 거두 로버트 앨런이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발생한 이유는 자본투자가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듯, 인건비가 상승할수록 기업들은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즉 영국의 인건비가 비싸고 노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노동을 대체할 값비싼 자본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실제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대수가 1,000대에 이르는, 로봇 밀집도 면에서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물론 외국 인력을 수입하거나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대안이 있다. 그러나 2018년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대중관세를 부과한 이후, 해외투자는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 이동한 게 아니라, 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이뤄진 직접투자였던 셈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탈함에 따라,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장기근속 근로자의 퇴직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일부 산업에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향후 5~10년에 걸쳐 자본투자 붐이 예상되며,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자하느냐의 여부가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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