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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곧 위로입니다"… 대형 참사 유족들 특별하고 슬픈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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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30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인현동 참사 2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인현동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인현동 4층짜리 상가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불법 영업 중이던 2층 호프집까지 번지면서 발생했다. 중ㆍ고교생 등 57명이 숨졌고 80명이 다쳤다. 추모식 후 유족들은 회관 안에 마련된 ‘1999 인현동 기억저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특별하고도 슬픈 또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세월호 참사(2014년) 유족들을 비롯해 씨랜드 화재(1999년)로 일곱 살 아이를 잃은 유모씨 부부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생존자인 이선민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모씨, 2016년 방송계 노동 착취를 고발하며 생을 마감한 이한빛씨의 어머니가 참석한 것이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숨진 아들과 딸 이름을 부르며 자기소개를 하는 유족들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인현동 화재로 고2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는 “친척들도 잊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하는데,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아픔을 기억하는 건 부모밖에 없다. 힘을 내자”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또 다른 유족도 “(같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세월호 유족은 “연대하고 기억하기 위해 재난ㆍ참사 피해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나라가 하지 않으니 유족들이 함께 지지하고 같이 나아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산만언니’라는 필명으로 최근 이태원 참사 유족을 인터뷰한 이선민씨는 “159명의 이태원 희생자,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 등 숫자로 얘기하면 남의 얘기 같지만 누구인지 알면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숨진) 아이들이 모두 아름답고 귀한 생명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은 다른 참사와 달리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싸우면서 해결이 늦어지고 있는데, 다른 참사 유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좋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의 만남은 4ㆍ16재단과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내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재난ㆍ참사 피해자 연대를 만들고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획한 ‘생명안전버스’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족은 6월부터 생명안전버스를 타고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참사 추모식을 찾은 걸 시작으로 태안해병대 참사(7ㆍ18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참사), 8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9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현장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참사 발생 시 독립적 조사 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도 촉구하고 있다.
박성현 4ㆍ16재단 팀장은 “10년 된 참사도, 30년이 된 참사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어 계속해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에서 무참한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피해자와 유족들 얘기에, 경고에, 삶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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