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태원 추모제 안 간 박희영 용산구청장 "유족이 원치 않아...내가 가면 2차 가해"

입력
2023.10.30 13:58
수정
2023.10.30 14:15
구독

28·29일 청사 상황실서 업무보고
"유족 뜻 존중해 안전대책에 집중"
김선영 구의원 "유족에 예의 아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6월 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6월 7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29일 시민추모대회에 불참했다. 박 구청장은 불참 이유로 "유족들이 원하지 않고, 내가 가면 2차 가해다"라고 밝혔다.

30일 용산구청 관계자는 "핼러윈 안전대책 기간이어서 박 구청장이 28일과 29일 청사 상황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라며 "다만 28일 오전 7시 30분에는 개인 일정으로 성당 교인들의 가을 야유회 배웅 인사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전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24일 청사 앞에서 구청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구청장의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며 "유족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구청에서는 안전대책 위주로 행정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장 사퇴 전에는 용산구청과 공식적인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게 유족의 일관된 입장이어서 1주기 추모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최근 주변에 "내 얼굴이 외부에 나가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으며, 2차 가해가 될 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구청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김선영 더불어민주당 용산구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박 구청장이) 추모제는 오지 않았고 아주 밝은 표정으로 산악회, 경로당 행사 등 공무원들 대동하면서 엄청 열심히 다니고 있다"며 "유족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구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었으나 정부·여당의 이태원 참사 대응을 비판하면서 지난 27일 탈당하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박 구청장과 같은 당 소속이었던 그는 박 구청장이 유족에 대한 사과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구청장이) 보석 이후 나오자마자 유족들에 대한 사과 없이 재선 얘기만 계속했다"고 전했다. 또 박 구청장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구속됐을 당시 주민들에게 탄원서 제출과 면회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김 구의원은 "(박 구청장에 대한 탄원서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거라고 하는데 사실은 의원총회에서 처음 나왔던 얘기고 박 구청장께서 시간이 좀 더 많이 남았으니 (탄원서를) 더 모아달라라는 지시도 했었다"며 "기자들이 취재하기 시작하니까 당협에서 잠깐 멈춰달라는 지시도 내려왔고, 저한테는 강요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 당시에도 주민들 3명씩 모아 갖고 (오라고) 면회 강요도 굉장히 많이 했고, 그런 걸로 또 줄 세우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선영(가운데) 당시 국민의힘 용산구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선영(가운데) 당시 국민의힘 용산구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일부 지역 주민들의 이태원 참사 혐오 조장도 심각했다고 전했다. 김 구의원은 "구청장을 지지하는 보수 주민들이 계속 (핼러윈) 코스프레한 청년들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돌리면서 '놀다가 죽은 거다. 잘 죽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혐오를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남보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