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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개편, 학교교육에 집중하게 하라

입력
2023.10.31 00:00
27면
25일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유성호텔에서 열린 교육부 주관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유성호텔에서 열린 교육부 주관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5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대입제도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 대입 개편안은 크게 2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행 고등학교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제로 변경하고, 통합 수능시험을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연말에 확정할 계획이다.

현행 고교 내신 9등급제는 변별을 위해 등급을 세분화한 것으로 학교는 동점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동점자가 많으면 1등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서열을 나누기 위해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거나 문제수를 늘려서 학생들이 틀리도록 해야 하는 비교육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어렵고 치열한 고등학교 내신 경쟁을 위한 사교육이 늘어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행 수능시험은 다양한 선택과목으로 운영되는데 학교는 학생들이 선택한 다양한 수능 과목을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수능을 대비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고난도 문항인 소위 '킬러 문항'에 대비한 학교의 역할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학교별로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킬러 문항'을 준비하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소수의 학생을 위한 교육적 지원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더 철저히 준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재수를 하여 수능시험 성적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대입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진학을 위한 고등학교의 교육적 역할이 줄어든 것이다.

2025년은 '미래를 위한 디지털 기반 교육개혁의 원년'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2025학년도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되는 해이다. 디지털 기반 미래교육을 위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영어, 수학, 정보 교과에서 도입되어 맞춤형 교육이 시행된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2025년에 시작되는 교육개혁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평가는 학교교육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8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미래를 향한 교육개혁을 선도하고 '학교교육에 집중하는 학생'이 성공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고교 내신 5등급제는 9등급제의 치열한 경쟁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5등급제는 수업혁신이라는 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교사의 역할을 서열 매기기에서 학생 역량의 종합적 평가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급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교사는 학생의 다양한 학습 과정과 결과를 평가에 담아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플립러닝을 반영한 프로젝트 수업, 활동 중심 수업의 과정과 결과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적인 학습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 진학의 경쟁에서 높게 평가받는 제도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에서는 학교교육에 집중한 학생이 진학과 진로 설계에 성공할 수 있는 제도의 안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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