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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지지 위해 장난감 총 들고 행진한 아이들..."학교가 혐오 가르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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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벌이는 전쟁이 말레이시아 학교로 튀었다. 하마스를 공개 지지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어린 학생들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에 동원하자, 학부모들이 “교육 당국이 혐오를 부추긴다”며 반발했다. 일부 학교에선 모형 총기를 들고 다니는 교사와 학생들까지 나타나는 등 극단주의도 고개를 들었다.
29일 AP통신과 말레이메일 등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를 ‘팔레스타인 연대 주간’으로 정했다. 교육부 산하 모든 교육 기관은 △팔레스타인을 위한 모금 행사 △전쟁 피해 지역의 인도주의를 강조하는 비디오 상영 △연대를 주제로 한 노래 대회 개최 등에 나선다. 무슬림 학생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별도의 기도 모임도 갖는다.
교육부는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한 공감과 인도주의적 가치를 학생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수호하려는 정부 입장과 일치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학부모와 시민사회 단체는 반발했다. 교육 당국이 어린 학생들에게 화합과 평화를 가르치긴커녕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본부를 둔 세계인권연맹은 “어린이들에게 미칠 교육적 영향에 대한 검토도, 의회나 학부모들과의 사전 논의도 없이 연대 주간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분노와 증오가 얽힌 국제 정치 분쟁에 어린 학생들을 개입시켜선 안된다”는 자성도 이어졌다고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전했다.
말레이시아 시민활동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마히 라마크리슈난은 “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학살한 미얀마인과 난민들의 권리에는 눈감고 있다”며 “다른 국가나 단체에 대한 지지를 결정할 때는 종교가 아닌 인권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연대 행사에 참여하거나 돈을 기부하지 않으면 시온주의자(유대민족주의자)나 반팔레스타인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비율이 인구의 70%를 차지하지만, 이들 역시 어린이들을 혐오에 동참시키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교사들이 갈등을 부추기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X(옛 트위터)와 틱톡에는 말레이시아 교사와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을 구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두건을 머리에 두르거나 무장단체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채 장난감 총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일파만파 번졌다. 말레이시아 시민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시티 카심은 “학교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훈련하고 있느냐”며 “역겨운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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