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들 "대통령님 자리 비워둔 채 기다리겠습니다"

추모 행진 대통령실 앞에서 멈춰
"꼭 와서 슬픔을 나눠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은 오전에 추모 예배
야4당 대표·인요한 위원장은 대회 참석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행진을 시작한 유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추모대회 참석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29일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대통령 집무실 앞을 거쳐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향하는 추모 행진을 시작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진을 이어가던 이들은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해 걸음을 멈췄다.

마이크를 잡은 유형우 유가협 부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정치 집회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하는 추모대회를 하러 가고 있다"며 "오늘만큼은 온전히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추모 메시지를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유가족 앞에서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 말씀 한번 해주면 감사하겠다. (희생자) 159명 영정 앞에 와서 진정으로 눈물 흘리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유 부위원장은 "정중히 부탁드린다. 우리들이 없는 곳이 아니라 우리 앞에 와서 사과해 주기 바란다"며 "우리가 준비한 1주기 추모대회에 꼭 와서 함께 슬픔을 나눠주면 좋겠다. 우리는 자리 비워둔 채로 대통령님을 기다리겠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앞서 대통령실은 이 추모대회가 "야당이 주도하는 정치집회"라며 대통령 불참 방침을 밝혔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등학생 시절 다닌 교회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성탄 예배에도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었다.

한편 유가협과 시민대책위가 오후 5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정의당 이정미·기본소득당 용혜인·진보당 윤희숙 대표 등 야4당 지도부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에 참석했다. 뉴스1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