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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부터 뒷걸음질… 리더십 없는 연금개혁, 여지없이 '백지 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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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백지상태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취임 이후 줄곧 국민연금 개혁을 정부 3대 개혁 과제로 강조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정책 지시는 사실상 전무했고, 정부 개혁안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총선 이후로 결정을 미루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주요국 사례에 비춰봐도 연금 개혁은 정치적 리더의 의지에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개혁 구체안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한 처리 현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부터 올해 9월까지 복지부에 총 34건의 지시사항을 하달했는데, 이 가운데 국민연금 관련 지시는 1건뿐이었다. 대부분의 지시사항은 의료 시스템과 현 정부의 중점 복지정책인 '약자복지(취약계층 지원 강화)'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의 하나뿐인 연금 관련 지시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었다. 지난해 연기금 투자 수익률(-8.22%)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경각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연금 가입자가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지를 비롯한 연금 개혁의 핵심 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주무부처에 하달한 메시지는 전무했던 셈이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 등 주요 사항에서 모두 조정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백지 답안'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연금 개혁 시기에 대한 대통령 메시지도 올해 초부터 조금씩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월 2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늦어도 2024년에는 국회에 안을 내놓을 수 있게 속도감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정부는 5년에 한 번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시해야 하고 올해 10월이 그 시한이라, 연초에는 연금 개혁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메시지를 낼 법한데 오히려 총선이 있어 개혁 동력에 불확실성이 큰 내년으로 숙제를 미룬 것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임기 내 완수'를 언급하며 연금개혁 고삐를 한층 느슨하게 했다. 7월 16일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안은) 몇 달 사이에 내놔서는 안 된다"며 "많은 자료를 축적해 제대로 된 개혁안을 우리 정부 임기 때 반드시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은 저출생·고령화 기조 속에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인 만큼, 윤 대통령이 정치적·행정적 리더십을 발휘해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내 연금 개혁은 1998년(김대중 정부)과 2007년(노무현 정부), 단 두 차례만 성공했는데 모두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아래 정부 주도로 추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5년에 있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도 같은 분석이 나온다. 추진 방식에 논란은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 프랑스 연금 개혁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며 전면에 나서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역대 정부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한국에서도 연금 개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이라, 국회나 전문가기구 논의보다 정부가 중심이 돼서 추진할 때 비로소 가능했다"며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통령부터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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