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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씩 저미듯 서서히 소탕"...이스라엘·하마스 지상전, 1년 끌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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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사실상 지상전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지역 전체에 한꺼번에 화력을 쏟아부어 초토화시키는 대신 서서히 진군하며 저며내듯 하마스를 제압하고 영토를 점령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시가전에 휘말리면 불리하다는 전략적 판단과 민간인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막대한 피해를 예고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을 종합하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스라엘 접경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눈에 병력을 집결하고 전선을 남쪽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로도 병력이 투입됐다. IDF는 전날 "27일 저녁부터 기갑부대, 전투공병 등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 "밤사이 가자지구 진입 병력을 늘렸으며 지상 활동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시작된 전쟁 이후 IDF가 병력을 가자지구에 몇 시간 정도 투입했다 복귀시키는 '치고 빠지기' 작전을 펴 왔던 것과 다르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전쟁 두 번째 단계의 출발선에 서 있다"며 지상전 개시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헤르비 할레비 IDF 참모총장도 "적을 파괴하려면 무력으로 적의 영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공습·지상전으로 저항 세력을 뿌리 뽑은 뒤(1, 2단계) 가자에 '새 안보 체제'를 세울 것이라고(3단계) 선언한 바 있다.
공격 수위도 올라갔다. IDF는 "지난 하루 동안 전투기 등을 투입해 하마스 지휘소 등 450여 곳을 타격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무차별 공습으로 27, 28일엔 가자지구 통신망이 일제히 끊겼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의 속도를 일단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IDF 정보국장 출신 아모스 야들린은 "'저강도 군사 작전'이 인치, 미터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BBC방송도 "IDF는 가자지구를 '한 조각씩'(slice by slice) 저미듯이 처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관계자들도 '침공' '전면전'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접근법을 택한 건 미국이 하마스가 납치한 각국 인질들을 구출하는 데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전면전 자제를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NYT는 "이스라엘의 전면전 보류 및 제한적 지상 공격은 (전면전을 피하라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최근 제안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유엔이 27일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자지구엔 하마스가 무기 거래 및 은신 용도로 건설한 지하 터널이 약 500㎞에 걸쳐 얽혀 있다. 또 인구밀도가 높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곳곳에서 설치한 부비트랩 함정과 매복 공격 등에 역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IDF는 "27일 지하 표적 150개를 공습했다"고 밝히는 등 지하 공간 무력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가자지구를 서서히 포위하는 전략을 유지할 경우 지상전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상전이 수 개월, 어쩌면 1년 가량 이어질 수 있다"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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