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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안은 숫자라도 있었는데" 총선 앞 정치적 부담에 연금개혁안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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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안으로 5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27일 발표됐지만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조정 방안이 '공란'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연금개혁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한 방향성이 담겼을 뿐 구체적인 숫자가 없다. 이번 안을 두고 정부의 연금개혁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후퇴했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이유다. 문 정부에서도 연금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8년 말 수립한 제4차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목표치를 조합한 4가지 구체적 조정안을 제시했었다.
국민 2,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부담과 혜택을 조정하는 작업은 '표심(票心)'과 직결된 만큼, 정부가 결국 총선 전 정치적 부담 때문에 '맹탕 개혁안'을 내놨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금기금 고갈 시기 및 노후소득을 좌우하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연금개혁에서 특히 민감한 요소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 위원들 간 갈등으로 올해 4월로 예정했던 모수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구조개혁 논의로 선회했다. 복지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도 최종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로 충돌해 민간위원 2명이 사퇴했다. 복지부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민감한 결정은 모두 "국회와 공론화를 거치겠다"며 뒤로 미뤘는데, 첨예한 갈등 사안에 구체적 수치로 불을 붙이느니 당장의 비판을 감수하고 책임을 나눠 지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된 기초연금은 정부가 국정과제에 정해진 대로 밀고 나갈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재정계산위원회가 최종보고서에서 "소득 하위 70% 목표수급률 방식에서 일정 기준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수급자를 축소하는 방향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종합운영계획에는 이런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알맹이'가 빠진 개혁안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밟아왔는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수치를 제시하는 것보다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조 장관은 국회 연금특위가 논의하는 구조개혁과의 연계, 곧 나올 장래인구추계 반영 필요성도 구체적 입안을 미룬 근거로 들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300여 시민단체가 결성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핵심적인 숫자는 아무것도 없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는 맹탕 연금개혁안"이라며 "연금개혁의 책임을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정부 개혁안을 '노후보장 청사진이 부재한 빈 수레'에 비유하며 "보험료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정책적 약속을 분명히 하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재정계산위원회에 참여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안정화장치 등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등 주목할 만한 부분도 있지만 전문가들도 공감대를 형성한 보험료율 인상 수치를 어느 정도 선에서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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