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원 대출받아라" 전청조, 사기 혐의로 고발당해

남현희 재혼 상대 20대 여성 전청조씨
이달 중순 강서구 독서모임서 투자 권유
과거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형 선고받아
남자 행세 신분 속여 수천만 원 뜯어내

남현희가 운영하는 펜싱아카데미 SNS에 올라와 있는 남현희(왼쪽)와 전청조씨(빨간색 원)의 모습. SNS 캡처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인 전청조(27)씨가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최근 전씨와의 재혼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던 남씨는 전씨를 스토킹 혐의로 26일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는 과거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씨, 독서토론 모임서 투자 권유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은 서울 강서경찰서에 전씨와 한 독서토론 모임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구의원이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전씨는 이달 중순 강서구 소재 한 독서토론 모임에서 이 모임 수강생인 취업준비생 A(20)씨를 대상으로 투자를 권유했다. 해당 모임은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 등 수십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A씨에게 동업을 제안하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것을 종용했다. A씨가 대출방법을 잘 모르자, "공인인증서를 새로 받아라" "앱을 통해 신용도를 알아봐라" 등 구체적인 대출방법까지 안내했다. A씨가 자신이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가 1,500만 원이라고 하자, 전씨 측은 "최대한도인 1,5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아보라"고 유도했다. 대화 중 A씨가 "대출받아서 어디에 사용하는지 알 수 있나"라고 묻자, 전씨 측은 "(대출이) 가능해야 이야기 가능하다. 보안상"이라며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고발장을 접수한 김 구의원에 따르면, 전씨가 이 모임에서 자신을 재벌 3세라고 소개하고, 남현희씨와 재혼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구의원은 "다행히 피해자 A씨가 대출을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익 목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2020년엔 사기 혐의로 징역 2년 3개월 선고

전씨가 과거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전씨는 2020년 5월과 10월에 별개의 사기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2월 두 사건을 병합해 징역 2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2021년 2월 다른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여 명으로부터 2억9,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여러 신분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2019년 제주에서는 한 피해자에게 "내 처의 친오빠가 서울에서 물 관련 사업을 한다. 300만 원을 투자하면 6개월 후에 수익 내서 50억 원을 주겠다"고 꼬드겨 투자금을 받아냈다.

같은 해 서귀포시에서도 다른 피해자에게 남자로 접근해 "모 호텔 카지노 회장 혼외자이고, 카지노에 북귀할 예정이다. 복귀하면 너를 비서로 고용하겠다"고 속여 취업 명목으로 7,000만 원 이상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혼인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전씨는 2019년 서울에서 한 피해자에게 "나랑 결혼하자. 나는 혼수를 준비할 테니 너는 집을 구해야 하니까, 대출을 받아라"고 시켜 37회에 걸쳐 2,300여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전씨는 여러 명의 피해자에게 갈취한 수억 원을 여행 경비나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현희 이용해 투자 모집 정황도

최근 전씨와 재혼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던 남현희씨는 전씨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모친 집에 머물고 있다. 남씨는 이날 월간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청조에게 완전히 속았다"며 전씨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투자금을 모집한 사실도 폭로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남씨 어머니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전과 사실을 피해자가 알게 돼 이별을 통보하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조만간 피의자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