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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고향의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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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다섯인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고향집 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여든이 넘는 '노인촌'이다. 어머니처럼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금은 텃밭 수준으로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밭농사를 짓고 2~3㎞는 거뜬히 걸을 정도로 활동적이다. 암산으로 돈 계산을 해도 여전히 한 치의 오차가 없다.
그래도 고향에 다녀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져 서울행 KTX에서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최근 들어 "고관절과 무릎이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어깨가 구부러지고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어머니 몸 컨디션은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질 것이다. 몇 년 안에 밭농사는 고사하고 식사와 집 청소, 빨래 같은 일도 스스로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형님 아니면 내가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요양원에 모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치매, 갖가지 질병, 심신 쇠약 등으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부모를 모시는 일은 5060 세대 공통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노인복지 제도로 쉽게 해결될 상황도 아니니 다들 각자도생의 심정으로 해결책을 찾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요양원도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인 데다가 자리 얻기도 쉽지 않다. 내게도 가끔 좋은 요양원을 추천해 달라는 지인의 연락이 오는데 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얼마 전 부모님 간병을 위해 직접 요양원을 세워 운영하는 임수경 보아스 골든케어 대표의 책을 읽었다. 그가 존경스러웠다. 임 대표는 '노인의 삶이 삶인 채로 존재할 수 있는 집과 같은' 요양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요양원은 노인들의 일상을 통제하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식사, 운동, 색칠 놀이, 노래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 옥상정원, 텃밭이 있어 갇힌 공간이라는 느낌이 덜 든다. 이런 요양원이라면 내 어머니도 마음 편히 모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머니를 위해 고향 마을 전체를 활용하는 '신개념 노인촌'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우선 이동이 불편한 시골집은 독거노인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노인들은 각자 편한 방식대로 자기 집에서 지내면서 식사와 빨래 등 힘든 일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공동으로 해결한다. 이를 위해 요리, 식사, 세탁이 가능한 공동시설을 마을 한복판에 지어야 한다. 걷기 힘든 분들을 위해 낮에는 카트를 운행한다.
다 함께 모여 텃밭을 가꾸고 운동이나 다양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수시로 참여할 수도 있다. 요양보호사는 매일 어르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 외지에 사는 가족들에게 알리고, 급한 상황이면 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도록 한다. 미세한 신체 변화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가족과 의료진에게 알리는 24시간 헬스케어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정부, 지자체, 민간 복지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전국의 모든 노인이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지 않고도 '안전한 보호'와 '삶의 질'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혼자 힘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런 고향 마을을 만들고 싶다. 자신의 구상을 6년 만에 현실로 만든 임 대표에게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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