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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살해' 배후 의심 부부 징역 6~8년... 유족 "법원이 왜 용서해" 울분

입력
2023.10.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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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범 1심]
배후 의심 부부 살인 고의 인정 안 돼
살해 일당 2명은 무기징역, 1명은 25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왼쪽 사진), 황대한(가운데 사진), 연지호가 4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왼쪽 사진), 황대한(가운데 사진), 연지호가 4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일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범행 배후로 지목된 부부의 살인 공모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은 "법원이 왜 범죄자를 용서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경우(36)와 황대한(36)에게 25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범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건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사실 등을 감안해 사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범행에 가담한 연지호(30)는 징역 25년, 배후에서 이들과 살해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는 각각 징역 8년과 6년을 선고 받았다. 연씨는 자백한 점을, 유씨 부부는 살인 공모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이 정해졌다.

이씨 일당은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A(48)씨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 부부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A씨와 갈등을 빚던 중, A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씨의 제안을 받고 7,000만 원을 주고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비극적인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며 연씨를 제외한 피고인들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연씨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원은 부부를 제외한 일당의 살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씨는 처음 범행을 공모할 때부터 A씨를 살해하는 방향으로 범행을 끌고 갔다"며 "단순히 협박만 하려 했다면 몸무게가 44㎏에 불과한 A씨를 야심한 시각에 납치하면서 멀리 있는 야산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황씨의 살인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씨 부부에게 살인의 고의는 없다고 봤다. 유씨 부부와 A씨 사이에 코인 관련 분쟁은 있었지만, 살해할 만큼 갈등이 심각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유씨가 A씨를 납치한 이후 A씨가 보유한 코인을 탐색하는 데 관여한 점 등을 고려해 강도와 살인방조죄는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 유족은 "피해자 가족이 용서하지 않는데 법원이 용서를 해주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법원 판단에 반발했다. A씨 남동생은 선고 직후 "누군가에게 7,000만 원을 주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죽인 뒤에 징역 8년과 6년을 살면 끝나는 거냐"며 "피고인들 모두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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