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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맞먹는 중독성 지닌 탕후루… 잘파세대 건강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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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대학생 김지민(25·가명)씨는 요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잊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탕후루 가게'인데요. 술을 마시고 집에 갈 때면 단 디저트가 당기는데 탕후루를 한 번 맛본 후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씨는 "과일로 해장하는 기분도 들고 식감이 좋아 즐겨 먹는다"며 "친구들과 탕후루 집을 보면 같이 사 먹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요즘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합성어,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에서 '탕후루'는 인기 디저트를 넘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탕후루란 산사나무 열매를 나무 막대에 꽂고 설탕이나 물엿을 끓인 시럽을 발라 딱딱하게 굳혀 먹는 중국의 길거리 음식인데요. 국내에선 딸기나 블루베리, 샤인머스캣, 거봉 등 꼬치에 꿴 과일을 설탕물에 굳히는 것으로 변형돼 유행을 타고 있습니다. 탕후루 역시 한때 반짝했다 사라진 대만 카스텔라, 흑당 버블티, 벌집 아이스크림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말도 있지만, 잘파세대의 식문화를 바꿔 놓을 정도라 인기가 꽤 오래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죠.
김씨 말처럼 요즘 잘파세대에서 떠오르는 해장 음식이 탕후루라고 합니다.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초코우유를 마시는 게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합성어, 1980년대~2000년대 출생한 20·30대)의 해장법이었다면, 탕후루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죠. 밥 먹고 입가심으로 탕후루를 먹는 '식후탕'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귤 3개를 통째로 꽂아 먹는 통귤 탕후루가 제주 관광 필수 코스가 됐고,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을 곁들이거나 솜사탕·설탕타래로 감싼 이색 탕후루도 등장하고 있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1020세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량식품, 탕후루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가뜩이나 어릴 때부터 단 음식에 많이 노출되는 이들 세대에 탕후루는 그야말로 '당분 폭격'을 가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당분 섭취 권장량은 50g(2,000㎉ 섭취 기준)이고, 어린이·청소년은 그 절반인 25g입니다. 그런데 탕후루 1개에 든 당분은 평균 20g, 많게는 25g. 하나만 먹어도 10대의 하루 당분 섭취 권장량에 도달합니다.
당 섭취 증가에 따른 건강 악화는 막연한 우려가 아닙니다. 노인 질환으로 인식되던 당뇨병이 이제 1020세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20대 당뇨 환자는 4만3,000명으로 2018년(2만9,000명)보다 47.4% 늘었습니다. 이 기간 당뇨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였죠. 3위가 바로 10대(26.6%)입니다.
어리니까 운동하면 괜찮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탕후루의 중독성입니다. 최근 연구에서 탕후루와 같은 부류의 음식은 1급 발암물질인 술과 같고 담배에는 조금 못 미치는 중독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린 논문인데요.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가 참여한 미국·스페인·브라질 3개국 공동연구팀이 36개국, 281개 연구를 분석했더니 성인의 14%, 청소년의 12%가 음식중독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중독 유발 주범으로 지목된 음식은 초가공식품. 식재료를 가공한 후 향료, 색소, 인공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은 식품을 뜻합니다. 탕후루를 비롯해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소시지 등이 대표적이죠. 연구팀은 섭취 통제력 감소 및 금단 증상, 비만, 폭식장애 등을 기준으로 중독 수치를 산출했는데요. 술은 초가공식품과 같은 14%, 담배는 이보다 약간 높은 18%였습니다.
탕후루는 구강 건강도 위협합니다. 과일을 덮은 설탕 코팅은 깨물었을 때 산산이 조각납니다. 이 날카로운 조각들이 구강 점막에 상처를 내서 세균이 침범할 수 있습니다. 딱딱한 코팅에 치아가 손상되기도 합니다. 설탕, 물엿을 굳힌 식품이라 치아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충치를 유발하는 것도 문제죠. 충치를 막으려면 입속 잔여물(설탕)이 오래 붙어 있지 않게끔 빨리 제거해야 하는데요. 전문가들이 탕후루 섭취 후 반드시 양치질을 하라고 권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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