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녹음 때문에 갤럭시 택했던 김 대리 "이번엔 아이폰"…삼성전자 '안방' 흔들릴까

입력
2023.10.26 11: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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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 지원
타 통신사도 해당 기능 추가 검토
갤럭시 선택 주요 이유 꼽혔던 통화 녹음
중장년층 아이폰으로 이탈할까

SK텔레콤 홍보 모델이 아이폰의 ‘A. 전화’로 음성 통화를 하는 모습. SKT 제공

SK텔레콤 홍보 모델이 아이폰의 ‘A. 전화’로 음성 통화를 하는 모습. SKT 제공


30대 직장인 김성은씨는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고민에 빠졌다. 디자인이나 카메라 기능이 맘에 들어 애플 '아이폰'을 쓰고 싶지만 통화 녹음 때문에 결국 삼성전자 갤럭시 제품을 골랐다. 최근 SK텔레콤이 아이폰에서도 통화 녹음 기능을 출시했다는 소식에 김씨는 "비즈니스 때문에 자동으로 통화 녹음하는 기능이 꼭 필요했다"며 "애플페이까지 쓸 수 있으니 갤럭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 주요 이유로 꼽혔던 삼성페이에 이어 통화 녹음까지 아이폰에서 지원되면서 '삼성천하'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통화 녹음 꼭 필요한 직장인도 아이폰 사용 가능해져

국내 스마트폰 사용 브랜드

국내 스마트폰 사용 브랜드


2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69%가 삼성전자 갤럭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23%이며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LG전자가 나머지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10명 중 7명이 갤럭시를 쓰고 있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이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얻는 이유로 브랜드 인지도나 사후 수리(AS) 받기가 좋고 함께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어서다.

애플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13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아이폰에 통화 녹음 기능을 넣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제품에서는 현지 규정을 따르지만 통화 녹음이 불법이 아닌 국내 제품의 경우 이를 기기 차원에서 지원한다. 이는 업무상 통화 녹음이 필요한 중장년층들이 갤럭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40대 이용자의 갤럭시 이용률은 78%, 50대는 86%로 나타났다.



애플페이도 3월 출시…아이폰15 출시에 삼성도 긴장

아이폰15 시리즈가 한국에 정식 출시된 13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애플 스토어 명동점에서 사전 예약 구매자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아이폰15 시리즈가 한국에 정식 출시된 13일 오전 서울시 중구 애플 스토어 명동점에서 사전 예약 구매자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하지만 SKT가 24일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의 아이폰 앱에서 통화 녹음, 통화요약 등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면서 아이폰을 택할 때 마주하는 중요한 허들이 사라지게 됐다. 이 앱에서는 통화 후 통화가 끝나면 녹음 파일이 만들어지며 이 파일은 STT(Speech To Text) 변환을 통해 채팅 형태로 제공된다. 우선 SKT에서만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KT, LG유플러스도 기술 개발을 통해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월 애플페이가 출시되면서 국내에서 삼성페이로만 할 수 있었던 모바일 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의 우위가 깨졌다. 애플페이를 지원한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약 35만5,000장의 카드가 새로 발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발급 카드 규모(약 13만8,000장)에 비교하면 156% 늘어난 것이다.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5를 13일 출시했는데 갤럭시에서만 있던 주요 기능이 연이어 추가되면서 삼성전자 역시 상당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0대, 20대에 이어 30대에서도 아이폰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꼭 써야 하는 이용자가 아니라면 통화 녹음이나 애플페이 같은 기능 추가가 새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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