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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이유 있는 중국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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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3일은 대만의 총통 선거일이다.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세계는 민진당이 집권을 연장할지 국민당이 다시 들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대만 내에서는 이날만큼이나 주목하고 있는 날이 따로 있다. 바로 하루 전인 2024년 1월 12일이다.
이날 대만과 중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인 양안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이 완전 종료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 내에서는 대만 경제를 위해 ECFA를 지속해야 한다는 그룹과 종료되어도 문제없다는 그룹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4월 중국 상무부는 대만에 대한 무역 장벽 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2,455개 대만 제품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었던 조사를 8월에 2,509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대만 정부가 중국 제품의 수입 금지 범위를 매년 확대하는 바람에 중국의 농산품,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 등의 수출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사 기한을 2024년 1월 12일로 못 박았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ECFA의 중단이 현실화하면 대만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연일 대만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 하루 전으로 조사 기한을 설정한 것뿐만 아니라 중국이 언론전을 펼치면서, 오히려 대만에서는 이를 총통 선거에 대한 개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시진핑 정부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접근 방식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대만 정부가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바뀐 이후부터 중국은 공식적인 양안 소통 채널을 중단하고 양안 간 역학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일방적인 수단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외국 기업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대만 기업가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이 중국의 견해에 부합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친민진당으로 간주되는 대만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농산품에 대한 검사와 거부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Foxconn) 회장이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하자 중국 정부가 중국 내 폭스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8년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에 혜택을 주는 '31개 우대 정책' 등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중국의 경제적 강압책에 시달려온 대만으로서는 더 이상 이러한 당근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높은 경제의존도는 중국이 오히려 대만을 조종하는 데 사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청화경제연구소(CIER), 대만경제연구원(TIER), 공업기술연구원(ITRI) 등과의 면담에서 확인한 중국에 대한 대만의 불신 수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첨예화되고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중국을 통해 세계로 가려는(通過中國走向世界)' 것이 아니라 '세계를 통해 중국으로 가고자(通過世界走向中國)' 하는 것이다. "한국은 어느 쪽이냐"는 대만 전문가의 마지막 물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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