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직업은 시대상의 거울인 만큼 새로운 직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도 가늠해 보길 기대합니다.
존엄한 삶의 마지막, ‘웰다잉’
아일랜드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에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해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역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지나온 인생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짙게 녹아있는 한편 어떻게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문장이다.
하지만 ‘우물쭈물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여한 없이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말처럼 쉬우랴. 누구나 삶의 마지막을 알지 못하고, 또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해 ‘죽음’은 두려움과 슬픔의 또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지금, 남아 있는 삶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는 죽음을 맞기 위해 ‘좋은 죽음’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깊은 성찰을 이끄는 전문가
웰빙(well-being)과 웰에이징(well-aging)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오랫동안 터부시되는 단어였다. 2000년대 들어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6년 ‘연명 의료 결정법’(호스피스ㆍ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다. 이후 국회에서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하면서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제도화 움직임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웰다잉 전문가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도록 △자서전, 유언장, 묘비명 등을 미리 써보거나 △묘지 탐방, 생전 이별식 같은 각종 활동 △장례문화 개선 교육 등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한다. 또한 사후에 유산이나 유품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안내한다. 이들은 꼭 고령층만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교생에게 생명 존중의 의미를 알리는 강의를 하기도 한다.
세분화되는 웰다잉 영역
웰다잉 전문가는 간호, 교육, 사회복지, 상담 경력을 가진 은퇴자,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봉사 경험자 등 다양한 삶의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관련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업무에 종사한다. 처음엔 본인의 웰다잉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고 강의나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상담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직업 특성상 젊은 층보다 중고령자들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이나 상담 영역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점차 연명의료 의향 상담사, 노년 플래너, 유품 관리사, 친환경 장례 상담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들 직업 모두 ‘죽음’이 무겁고 불편한 것으로 외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임과 동시에 인생이라는 무대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 되도록 돕는다.
버나드 쇼가 웰다잉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의 묘비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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