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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 붙잡혔다 풀려난 85세 여성... "지옥을 겪었다"

입력
2023.10.25 03:59
수정
2023.10.25 1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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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석방된 이스라엘인 요체베드 리프시츠
텔아비브 병원서 기자들 만나 "고통이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석방된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23일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석방된 두 명의 인질 모두 가자지구 인근 니르 오즈 키부츠 주민들로, 인도주의적 목적 및 건강상 이유 등을 고려해 풀어 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석방된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23일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석방된 두 명의 인질 모두 가자지구 인근 니르 오즈 키부츠 주민들로, 인도주의적 목적 및 건강상 이유 등을 고려해 풀어 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저는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이전에 알지 못했고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지옥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지난 7일(현지시간) 납치돼 2주 이상 억류돼 있다가 풀려난 이스라엘인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이렇게 말했다고 미국 AP통신, CNN방송 등은 24일 전했다. 리프시츠는 하마스가 전날 인도주의적 문제와 건강상 이유로 이스라엘인 누릿 쿠퍼(79)와 함께 석방한 인물이다.

"납치될 때 구타 당해... 지하터널서 하마스와 생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이칠로브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리프시츠는 납치 이후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7일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집단농장)를 기습했고, 리프시츠를 오토바이에 태운 채 가자지구로 향했다고 한다. 납치되는 동안 구타를 당해 멍이 들었다. 리프시츠는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가자지구에 도착한 뒤엔 지하터널을 한참 동안 걸어야 했다. 리프시츠는 지하터널을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고 묘사했다. 처음에 25명이 있던 큰 방에 도착했던 그는 이후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붙잡힌 다른 4명의 인질과 함께 더 작은 그룹으로 분리됐다. 리프시츠는 자신이 속한 그룹을 담당한 하마스 대원이 "우리는 쿠란(이슬람교 경전)을 믿는 사람들이며, (당신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기본적인 생필품을 제공했다. 리프시츠는 "터널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 위에서 잠을 잤고 하마스 대원과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치즈, 오이, 피타(납작한 빵) 등이 식사로 제공됐다고 한다. 또 "의사들로부터 정기적 치료를 받았고, (하마스 대원들은) 위생적 측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선 분노를 터뜨렸다. 리프시츠는 하마스가 납치 3주 전부터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을 향해 풍선을 보내고 들판을 불태우는 등 위협을 가했지만 이스라엘방위군(IDF)과 정보기관인 신베트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우리가 크게 다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위해 건설한 장벽이 자신과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규모 인질 석방 협상 중… 돌파구는 아직"

이후 인질 추가 석방 문제를 두고 하마스가 카타르, 이집트 등과 협상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24일 나왔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 등은 협상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다수 인질을 석방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카타르는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민간인을 석방하는 안을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같은 날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대규모 인질 석방을 위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며칠 늦출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매체에 "이스라엘과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인질을 빼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싶어한다"며 "만약 하마스가 '큰 패키지'를 제안한다면 우리는 그 대가로 무엇인가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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