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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날 이태원 대신 사람 몰린다는 이곳... 홍대는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23.10.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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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특수 예상되지만
'조용한 핼러윈'으로 애도도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를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를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승훈(42)씨는 이번 주말엔 가게에 호박 장식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매년 이맘때 핼러윈(만성절 전야제)을 앞두곤 실내를 주황색으로 꾸미곤 했지만, 올해만큼은 '그 날'을 기념하지 않는 식으로 지난해 참사를 기억하기로 했다. 임씨는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손님들이 홍대로 많이 넘어올 것 같다"면서도 "장식을 설치해서 그 날 굳이 이 곳에 찾아오시게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돌아오는 핼러윈을 앞둔 '젊음의 거리' 홍대 사람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지난해 참사 여파로 그간 이태원에 집중되던 인파가 이곳에 몰릴 것이란 기대가 크면서도, 애도 행렬에 동참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인기 클럽이 밀집한 골목 인근에선 혹시라도 다른 안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23일 오후 홍대입구역 앞 대로변을 지나 클럽골목으로 들어서자 거미 모형, 꼬마 조명, 해골 인형으로 가게 안팎을 꾸민 식당이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 예년에 비해선 핼러윈 특유의 으스스한 장식을 실감나게 전시한 곳이 적었지만, 이런 간단한 치장만으로도 성큼 다가온 핼러윈의 느낌은 물씬 풍겼다. 사격장을 운영하는 이동현(44)씨는 "이벤트까진 아니지만 이달 들어 천장과 바닥에 호박 장식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대체로 발주 물량을 늘리는 등 매출 증가에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참사 영향으로 올해 핼러윈 인파는 이태원보다는 홍대와 강남역 부근에 쏠릴 것이란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실내외 곳곳을 공포 테마로 꾸민 한 음식점 직원은 "평소 주말에 비해 2배 정도 손님이 많을 것 같다"면서 "음식과 주류도 평상시보다 넉넉히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는 첫 핼러윈을 앞둔 시민들도 홍대 거리에서 펼쳐질 이색 풍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간 이태원을 '성지'로 여겨온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홍대 핼러윈'이 대세로 자리잡은 듯했다. 이번 주말 홍대에서 데이트를 즐길 예정이라는 브라질 출신 사라(23)는 "이태원은 지난해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무서워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반면 사회적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일부러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업장들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처럼 좁은 골목 인근에 위치한 가게들은 과도한 인파가 몰리는 걸 걱정하고 있었다.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 큰 사고가 있었는데 올해는 조용히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상가번영회와 구청에서도 안전에 특히 신경 쓰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경찰도 인파 대비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7일부터 31일까지 홍대를 포함한 서울 16개 지역을 운집 예상 지역으로 선정하고 안전관리를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밀도 위험 골목길로 선정된 홍대 클럽거리 골목엔 일방통행 혹은 양방향 교행 등 특별관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김나연 기자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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