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동쪽서 꽃핀 할아버지 정주영의 개척정신, 정의선이 서쪽에서 잇는다

입력
2023.10.24 17:00
수정
2023.10.24 22: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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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건설 사우디 공사현장 방문
네옴시티 '더 라인' 현장 직원들 격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구역 내 터널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구역 내 터널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세기 사우디아라비아 동해안에 한국 기업을 진출시킨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중동 개척 정신이 21세기 사우디 서부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손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우디의 새로운 중동 개척 현장을 찾아 직원들에 힘을 보태며 할아버지의 중동 신화 재현을 다짐했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 주거 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 임직원들을 만나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직원 및 협력사 직원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담은 격려 선물까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동부 주베일 신화, 이제 서부로

정주영(왼쪽 세 번째)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당시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정주영(왼쪽 세 번째)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당시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정 회장이 이곳 임직원들을 살뜰히 챙긴 건 그룹 차원에서 중동 진출이 각별한 의미를 지녀서다. 지금 '현대'의 뿌리를 세운 정 선대회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경영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중동이었기 때문이다.

정 선대회장의 중동 사업 진출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20세기 최대의 공사'라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중동 붐을 이끌었다. 사우디 동쪽에 위치한 주베일은 페르시아만과 인접해 있어 사우디 내에서도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산업도시로 꼽힌다. 현대건설과 HD현대는 물론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굵직한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오늘날 현대차그룹 역시 중동에서 도로와 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사우디 방문 기간 동안 서부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2026년까지 자동차 조립 공장을 갖추는 내용을 담은 계약도 성사시켰다.



현대가(家), 네옴시티서 새로운 '중동 붐' 일으킬까

정의선 회장이 건설현장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이 건설현장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사우디 서부에서 진행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통한 현대가(家)의 발돋움도 점쳐진다. 현대건설 더 라인 구역에서는 하부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 터널 12.5㎞ 구간 공사가 진행 중으로 현대건설이 그동안 쌓은 터널 공사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도 중장비 도입 등을 통한 건설 현장 지원이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정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온 '도전 DNA'로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 선대회장께서 중동 신화를 만든 상징적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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