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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나라를 지켜라... 중국과 최전선에서 맞선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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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은 전 세계 인구의 65%,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한다. 이 드넓은 바다가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앞장선 중국 견제에 각국이 동참하면서 치열한 외교전과 일촉즉발의 군사행동이 한창이다. 윤석열 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 독트린으로 내세워 대열에 가세했다. 한국일보는 대만 미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현장을 찾아 저마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살펴보고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12일 호주 북부 노던준주(Northern Territory) 다윈항.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인데 적막감이 가득했다. 드나드는 선박이나 오가는 행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철책 입구에 ‘펑차오그룹 다윈항’이라는 중국어가 선명했다. 펑차오그룹은 다윈항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보안벨을 계속 눌렀지만 “약속이 돼 있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하다”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다윈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주 정부가 1995년 항을 민영화하면서 3억9,000만 달러(약 5,241억 원)에 운영권을 넘겼다. 문제는 99년에 달하는 임차기간이었다. 사실상 중국의 영구임대인 셈이다. 중국이 다윈항을 군사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비판여론이 비등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운영권 임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다윈항은 남중국해와 연결되는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다. 호주가 도입할 핵추진잠수함의 모항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항구 옆에는 미군의 괌 기지를 지원할 공군 급유시설과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을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건 호주에 상당한 위협요인이다. 랜드브리지사를 소유한 란차오그룹 최고경영자는 인민해방군 출신이다.
원래 호주와 중국 사이는 끈끈했다. 중국이 2007년 일본을 추월해 호주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꿰찼다. 2015년 호-중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은 경제적으로 최상의 관계를 구가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2017년 관계에 금이 갔다. 중국의 '호주 내정 간섭'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호주 정부는 미국 편에서 "중국이 코로나 발원지"라고 직격했다. 이에 중국은 관세 폭탄과 자원수입 규제 등 경제보복으로 압박했다. 그럼에도 호주는 아랑곳없이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은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강공으로 맞섰다.
중국이 2022년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었다. 다윈과 2,000㎞ 거리인 호주의 '안마당'까지 치고 들어온 셈이다. 호주는 2018년 "남태평양은 호주의 본고장이고, 태평양도서국은 태평양의 가족"이라며 '퍼시픽 스텝 업' 정책을 발표했다. 남태평양의 리더를 자임한 것이지만 중국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냉전 이후 사상 최악의 갈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협정을 통해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군대와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게 됐다. 해군 함정을 보내 물류 보급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원양 작전 기지로 삼은 셈이다. 호주는 "전략적 충격"이라며 중국의 움직임을 우려했다.
다급해진 건 호주만이 아니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패권을 넓히려는 미국에 중국의 '남하'는 또 다른 위협요인이었다.
반면 중국은 맹렬하게 영향력을 확대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그해 5월 피지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10개국 장관들에게 "뜻을 같이하고 난관을 함께 넘어가는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자"며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중국과 남태평양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한배를 탔다는 의미다. 미크로네시아 등 일부 국가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이후에도 중국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하와이에서 3,000㎞ 떨어진 키리바시 칸톤섬의 활주로 개보수 사업을 지원했고 바누아투에도 항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호주는 미국과 손잡았다. 먼저 그간 소홀히 다뤄왔던 태평양도서국과의 외교적 접점 찾기에 나섰다. 미국은 솔로몬제도 대사관을 30년 만에 재개설하고 바누아투, 키리바시 등에도 대사관을 새로 설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태평양도서국 정상들을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호주는 중국 쪽으로 돌아서려던 피지를 설득해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호주는 국방력 강화에도 주력했다. 미국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지난 4월 발표한 '국방전략 검토'에 호주가 직면한 전략상황 변화의 주요인으로 중국의 부상을 적시했다. 또한 공격형 잠수함 12척, 헌터급 호위함 9척 등을 확보해 중국에 맞선 채비를 갖췄다. 특히 미국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합의에 따라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3척(필요시 2척 추가)을 호주에 판매할 계획이다.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잠수함을 통해 중국의 대양 진출을 차단하는 데 호주가 앞장서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호주는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호주 안보정책 전문가인 톰 코빈 시드니대학 미국연구센터 연구원은 "핵잠수함과 같은 기술 공유를 통해 양국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호주나 미국이 (남태평양의) 역내 질서에 혼란을 조장하는 중국을 홀로 대응하고 관리하는 건 성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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