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 복귀·3인 계약 해지... 피프티 피프티, 미래는

입력
2023.10.24 22:27
수정
2023.10.24 22:32

어트랙트, 아란·새나·시오에 전속계약해지 통보
키나는 항고 취하→어트랙트 복귀...자숙 이후 행보에 귀추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키나가 소속사 어트랙트로 복귀하며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힌 가운데, 어트랙트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세 멤버 아란 새나 시오에게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어트랙트 제공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키나가 소속사 어트랙트로 복귀하며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힌 가운데, 어트랙트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세 멤버 아란 새나 시오에게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어트랙트 제공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 때 '중소돌의 기적'에 대한 기대를 모으며 빌보드 '핫100'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은 끝내 비운의 '원 히트 원더'로 남게 됐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올해 초 발매한 두 번째 앨범 타이틀 곡인 '큐피드'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해당 곡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7위에 진입하며 K팝 역사상 최단 기간 해당 차트 진입이라는 전례없는 성과를 거두면서다. 같은 시기 '큐피드'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서 8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이들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소형 기획사 출신으로 데뷔 이후 빠르게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만큼 새로운 '중소돌의 기적' 탄생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컸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6월 28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전원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힌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 측이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 파괴를 야기했다"라며 어트랙트의 투명하지 않은 정산, 멤버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활동 강행 등 어트랙트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을 가처분 신청의 이유로 주장했다.

이에 소속사 어트랙트 측은 멤버들에게 접근해 전속계약 위반을 유도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 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 측과 멤버들은 이를 부인하며 소속사와의 신뢰 관계 파탄이 가처분 신청 이유라고 맞서며 사태는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양측의 법정 공방과 입장 표명이 이어지던 가운데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피프티 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건강 관리, 배려 의무 위반도 충분한 소명이 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더기버스와의 업무 종료가 전속계약 위반은 아니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고, 멤버들은 즉각 항고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멤버들은 "가수 활동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입장까지 밝히며 어트랙트에 대한 반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기까지 했다.

상황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은 멤버 키나가 돌연 어트랙트를 상대로 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항고를 취하하면서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항고취하서를 법률대리인을 통해 제출했다. 이후 어트랙트로 복귀한 키나는 "외주 프로듀서 안성일 씨가 전속계약 소송을 제안했다"고 폭로했고, 어트랙트 측은 키나가 눈물로 사죄의 뜻을 전했다고 밝히며 키나가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보낼 것라고 전했다.

키나의 복귀에도 세 멤버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어트랙트와의 전속계약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개설한 SNS 계정을 통해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와 불투명한 정산을 주장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지속적으로 게재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25-2부는 24일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지 않은 1심 결정에 대해 피프티 피프티 멤버 3명이 제기한 항고를 기각했다.

전속계약 분쟁이 심화된 뒤에도 줄곧 "멤버들과의 화해를 원한다"라는 의사를 밝히며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어트랙트도 결국 세 멤버를 손절하고 나섰다. 어트랙트 측은 23일 새나 시오 아란에 대해 지난 19일부로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피프티 피프티 3명의 멤버들이 심대한 계약 위반 행위들에 대한 어떠한 시정과 반성도 없는 것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라며 "향후 멤버들에 대해 후속 대응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는 그야말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어트랙트가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피프티 피프티 완전체 복귀 가능성은 완전히 결렬됐다. 이제 문제는 새나 시오 아란의 미래다. 세 사람이 어트랙트의 부당한 대우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각종 정황 속 이들의 주장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극심하게 악화된 여론 속 키나는 소속사로의 복귀를 택하며 마지막 '동아줄'을 잡은 격이 됐으나,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세 멤버의 향후 가요계 복귀 가능성은 0에 수렴할 정도로 보인다. 만약 분쟁이 마무리 된 뒤 (운이 좋게) 해외 기획사와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의 활동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어트랙트로 돌아온 키나의 운명도 바람 앞 촛불 신세다. 극적으로 소속사로 복귀하면서 여론이 많이 진화됐으나 피프티 피프티가 사실상 공중분해 된 상황에서 그의 향후 행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트랙트가 새로운 걸그룹 론칭 준비를 공식화했지만 키나가 해당 그룹에 편입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만큼 결국 남은 선택지는 솔로로 전향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하지만 앞서 그룹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키나의 역량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만큼 아직 그가 거둘 성과에 높은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제대로 키워냈으면 황금알을 낳았을 거위의 배가 너무 일찍 갈라졌다. 작금의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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