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경기패스·K패스… 할인 취지는 좋은데 통합 외면 혼선도

입력
2023.10.24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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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
서울시 추진 속 관계기관 협의 난관
"속도보다 제도 분석 우선" 의견도

서울시가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한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한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의 ‘K패스’에 이어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경기도의 ‘더(The) 경기패스' 등 정부와 수도권 광역단체들이 잇따라 ‘교통비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할수록 교통비를 절감해주겠다는 취지라 시민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상 ‘단일생활권’이나 다름없는 서울과 경기가 별도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혼란도 우려된다. 대중교통지원 정책이 관계기관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3개 정책… 뭐가 같고 다른가

23일 국토부와 서울, 경기 등에 따르면, 3개 기관은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 더 경기패스 등의 대중교통요금 지원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7월 도입 예정인 국토부 K패스와 경기도 더 경기패스는 요금 환급형 방식이다. 기존 알뜰교통카드(걷는 거리와 이용요금에 비례해 최대 30% 교통비 할인)를 개선한 K패스는 19세 이상 국민이 월 21~60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일반인과 청년(19~34세), 저소득층에 따라 사용액의 20~53.3%를 환급해 준다. 더 경기패스는 K패스와 유사하지만 대상자와 탑승 횟수 등에서 차이가 있다. 청년 범위를 19~39세로, 탑승 횟수도 월 21회 이상 무제한으로 확대했다. K패스 사업에서 제외된 어린이ㆍ청소년에게도 교통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경기도·국토교통부 대중교통비 지원 대책.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시·경기도·국토교통부 대중교통비 지원 대책.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 기후동행카드는 정기 이용권 형식이다. 월 6만5,000원만 내면 버스와 지하철, 따릉이, 향후 운영할 한강리버버스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9호선과 경의ㆍ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은 이용 가능하지만 경기ㆍ인천 등 버스나 광역버스는 제외된다. 서울은 내년 1~5월 시범운영 후 개선 사항을 보완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협의체 합의 미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이 지난달 기후동행카드 계획을 전격 공개한 직후 경기와 인천시는 일방적 발표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서울은 “우리가 시작하면 경기, 인천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완전하게 합의가 된다면 좋겠지만, 논의가 지연되면 내년 1월 시범 운영이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며 “일찍 발표한 뒤 경기, 인천의 참여를 유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동연 경기지사가 얼마 전 행안위 국감에서 더 경기패스 도입을 천명하고 인천 역시 자체 할인제도 도입 등을 포함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합 논의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3개 광역단체는 지난달 시도 국장급이 참여하는 수도권 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고, 내달 7일 2차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통합된 정책을 바탕에 두되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속도’보단 ‘방향’에 더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이 한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어떤 것이 시민들에게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각 제도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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