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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더한 美 공화당 내분

입력
2023.10.24 04:30
27면

미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18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동료 공화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하원은 이날 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를 실시했지만, 조던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번에도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18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동료 공화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하원은 이날 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를 실시했지만, 조던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번에도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하원의장 해임안이 통과됐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예산안을 민주당과 합의해 통과시켰다는 이유로 공화당 극우분파 8명이 일으킨 반란이었다. 이로 인해 케빈 매카시 의원은 임기 중 사망 또는 은퇴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임기가 짧았던 하원의장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런데 공화당 내분은 계속되고 있다. 1주일이 지나서야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현 원내대표를 후보로 지명할 수 있었지만, 극우분파들이 인정할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리면서 하루 만에 스컬리스 의원이 자진 사퇴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극우분파 프리덤 코커스 대표를 지낸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지명되었는데, 이번엔 온건파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17일, 18일, 그리고 20일 세 번에 걸친 본회의 표결에서 조던 의원은 하원 전체 과반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고, 급기야 20일 금요일 공화당 의원총회에서의 비밀투표에서 후보직을 유지하는 데도 실패했다.

조던 의원이 하원의장에 선출되지 못하자 일부 극우 유권자들은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살해협박까지 했다. 살해협박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세 번의 본회의 투표에서 반대표는 계속 증가했다. 공화당 주류에서는 극우분파에 대한 불만이 넘쳐났다.

극우분파는 지난 1월 매카시 의장 선출 때부터 당론에 따르지 않았는데, 정작 본인들이 지지하는 하원의장 후보에 대해서는 당론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서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조던 의원이 하원에서 16년이 넘는 기간에 이룬 업적이 고작해야 2020년 대선결과 추인에 대한 반대를 주도한 것과 그가 공동발의한 법안 중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어서, '협상'과 '조율'이 주요 임무인 하원의장 자리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공화당 내분이 분당과 같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결론 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온건 중도파가 어느 정도 양보해서 타협하며 수습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간판으로 출마하면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구를 가진 극우분파 의원들에 비해서 온건 중도파는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응과 정부예산 세출법안 통과 등 입법현안도 산적해 있다. 민주당과 타협하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고 일을 안 하면 본선에서 패배하니, 이보다 진퇴양난이 없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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