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儒敎)도 이젠 K-유교"

입력
2023.10.24 15:21
수정
2023.10.25 09:29

충남도, 유교본향 논산서 'K-유교 국제포럼'
한국 유교문화 재정립, 세계화·현대화 시동

충남 논산 양지서당에서 학생들이 마루에 걸터앉아 사자소학을 소리 내어 읊고 있다. 양지서당 제공

충남 논산 양지서당에서 학생들이 마루에 걸터앉아 사자소학을 소리 내어 읊고 있다. 양지서당 제공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도다. 배로써 나를 품어주시고 젖으로써 나를 먹여주셨도다. 옷으로 나를 따뜻하게 하시고, 밥으로써 나를 살리셨으니 은혜는 높기가 하늘과 같으시고, 덕은 두텁기가 땅과 같으시다. 사람의 자식이 된 자는 어찌 효도를 하지 않으리오."

(父生我身 母鞠吾身. 腹以懷我 乳以哺我. 以衣溫我 以食活我. 恩高如天 德厚如地. 爲人子者 曷不爲孝)

불과 백여 년 전 만해도 동네 어귀 서당에서 5~7세 아이들이 줄줄 외었던 사자소학(四字小學) 첫머리다. 수 천 번 이상 소리 내어 읊어서 몸에 배게 한 사자소학은 사람의 도리를 익히고 생활에서 실천하게 한 유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고, 천륜이 무너지는 사건 사고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요즘 MZ세대들에게 유교는 '고리타분한 종교'로 치부된 지 오래다.

24일 충남 논산 아트센터에서 열린 'K-유교 국제포럼'은 잊혀져가는 유교 문화를 재정립하고 한국 유교의 세계화·현대화를 꾀하기 위해 마련한 학술 회의다. 논산은 세계유산 돈암서원을 품은 기호 유학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충남도와 한국유교문화진흥원(한유원)이 마련한 포럼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한국 유교를 담론으로 열린 강연과 토론을 벌였다.

에드워드(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대 교수는 '한국 유교에서의 인간 가치 ; 퇴계사상의 자기 수양과 궁극적 인간상'을 주제 발표했다. 이어 마크 피터슨(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가 '낡은 유교, 새로운 유교'에 대한 고찰을, 수따강(중국) 쓰촨대 국제유학원장이 '유가 경전의 현대적 가치'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일본에서 변질이 된 조선 성리학'을 발표하고 토론을 이어갔다.

정재근 한유원장은 "2017년부터 개최한 '충청 유교포럼'의 맥을 이어 올해는 해외로 외연을 확장했다"며 "이번 포럼이 MZ세대와 이후 세대에서도 유교의 가치가 면면이 이어져 실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축사에서 “유교문화는 한국의 대표 정신문화로, 조선시대에는 국가 철학이었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게 해 준 힘이었다”며 “한국유교를 세계에 널리 알려 그 정신과 가치를 인류의 유산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충남도는 한국 유교문화의 본질인 예학(禮學)을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예서(禮書)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일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도는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전시·체험·관광을 일원화한 '케이-헤리티지 밸리'를 2027년까지 건립할 참이다. 아울러 충남이 한국유교의 세계화·현대화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해 나갈 방침이다.





윤형권 기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