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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와 만취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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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 '세대'는 30년이다. 30년 만에 좋은 이벤트가 발생했다면 매우 기념할 만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KBO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우승 확정 당시 기쁨을 포효하는 멋진 장면은 없었다. 다른 팀들의 승패가 우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LG 팬들은 감격에 젖었다.
LG 팬들에게 회자하는 두 개의 물건이 있다. 구단 금고에 보관돼 있다는 ‘롤렉스 시계’와 ‘아와모리(泡盛) 소주’다. 시계는 LG 통합 우승 시, MVP의 몫이다. 현재 가격은 2억2,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술의 용도는 우승 축하주다. 고(故)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구매했다. 열혈 야구팬이던 그는 구단 전지훈련장을 가끔 찾았다. 1994년 전지훈련지는 일본 오키나와였다. 그는 지역 특산품인 아와모리 소주를 샀다. 그러고는 “우승하면 이 술로 건배하자”라고 제안했다. LG는 그해 우승했다. 기분 좋은 징크스는 잇고 싶기 마련이다. 그는 이듬해에도 같은 술을 샀다. 그러나 그 술은 아직 개봉되지 않았다.
봉인된 술의 상태가 궁금하다. 29년이라는 시간 때문이다. 술은 보관 용기와 방법에 따라 증발하기도 한다. 위스키는 제조 후 참나무(Oak)통에서 숙성한다. 참나무통은 질그릇처럼 호흡한다. 통은 계절에 따라 원액에 젖었다 마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자연스레 증발 현상이 따른다. 증발 정도는 지역의 기후마다 다르다. 스카치위스키 생산지인 스코틀랜드 계곡(Glen)의 기후는 일정하다. 매년 약 2% 정도의 원액이 증발한다. 옛사람들은 증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원액 용량 감소를 하늘의 영역으로 돌렸다. 그렇게 사라진 위스키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불렀다. 술 창고를 지키는 천사의 ‘급료’라고 생각한 것이다.
LG 구단 금고의 아와모리 소주 통은 질그릇이다. 매년 일정량이 증발한다. 스코틀랜드처럼 2% 증발한다면 현재 남은 비율은 56.8%이다. 술을 지키느라 천사가 43.2%를 마셔버린 셈이다. 올해는 아와모리 소주의 잔존량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이다. 한국시리즈에서 LG가 우승하면 확인할 수 있다.
천사는 지난 29년 동안 술병을 지켰다. 근무 연수 29년이면 은퇴할 만하다. 매년 2%씩 마셨다면 현재 만취 상태일지도 모른다. 집으로 향하는 만취 천사의 뒷모습을 올해는 볼 수 있을까? 올해 은퇴한다면 천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반대로 근무 연한이 연장된다면 슬픔의 눈물일 게다. 천사의 낙루(落淚)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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