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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뚫린 안보

입력
2023.10.19 19:10
수정
2023.10.20 18: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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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기습, 전쟁 대비 어려움 일깨우나
이스라엘 무력함 가장 큰 책임은 정치에
분열정치로 정보실패 초래, 경각심 가져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건물들이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상공에 19일(현지시간) 해가 솟았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을 따라 이곳으로 피란 왔다가 다시 북부의 가자시티로 되돌아가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건물들이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상공에 19일(현지시간) 해가 솟았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을 따라 이곳으로 피란 왔다가 다시 북부의 가자시티로 되돌아가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 기습은 북한 위협을 받는 우리에게도 가히 충격이다. 예고도, 경고도 없는 전쟁에서 완벽한 대비의 어려움을 새삼 일깨운다. 정치권, 군사전문가들은 대체로 세 가지 지점에서 그 함의를 찾고 있다. 정보실패, 정치혼란 그리고 하이브리드 공격의 대응 문제다. 사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의 무력함을 추적하면 가장 큰 책임은 정치에 있다. 정보실패가 없었다면 애초 하마스 기습은 불가능했겠지만, 문제의 구멍 난 정보는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정치실패가 자초한 탓이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기실 사회적 병목인 우리 정치에 던지는 저 사태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분열과 혼란의 정치가 정보실패를 초래하는 연유는 내부 조직을 흔들어 놓고, 외부 적에겐 오판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하마스 기습 이전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과 가족 비리를 덮으려 사법 무력화에 나서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다. 시위대는 인공기까지 흔들며 북한처럼 만들 거냐고 항의했다. 독주하는 네타냐후에 결국 정보 엘리트들까지 국가 파괴라며 비판했고, 정보기관들이 정상 가동될 리 만무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모사드 전 국장, 고위 장교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이런 상황이 하마스로 하여금 이스라엘이 취약한 상태라는 잘못된 믿음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9·11 이전 미국 정치 혼란이 알카에다에게 테러 기회로 작용했을 때 상황도 흡사했다. 자기 권력을 위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방어력마저 떨어뜨린 네타냐후 정치로 인해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 이후 가장 참혹한 시간을 겪는 셈이다. 실제로 현지 일간 하레츠 여론조사에선, 이스라엘 유대인 5명 중 4명이 하마스 공격의 책임이 네타냐후에게 있다고 응답했다. 그의 지지자 80% 가까이가 돌아섰고, 전쟁 후 사임 주장에도 대다수가 동의했다.

정치 책임이 크긴 하나 이스라엘 방어체계가 속수무책 무너진 데는 정보기관 자체 한계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더구나 하마스 공격은 그다지 정교하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았다. 하이브리드 기습이란 평가가 있지만 육해공 공격은 교과서적 군사 작전에 속한다.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한 이스라엘로선 정치혼란을 핑계 삼는다 해도 정보기관의 실패가 한층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서방에 이스라엘의 모사드, 신바트는 전설적 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사후 상세히 드러나겠지만 인공지능(AI)에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기계화된 이들이 오판한 데는 정보 본질과 관련이 있다. 정보분석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이해, 집단 심리의 파악이 훨씬 근본적이다. 기계에 의존한 첩보성 정보를 과신하고 맹신하면 정보판단이 올바를 수 없는 이유다. 펜타곤에서 42년간 총괄평가국을 맡았던 ‘제국의 전략가’ 앤드루 마셜이 생전 통찰력 있는 정보 분석을 강조한 것도 이를 경계한 때문이다.

정보의 함정에 빠진 이스라엘 사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가까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도 대북 정보실패로 빚어진 비극에 가깝다. 처음부터 올바른 대북정세 파악 속에 정보 판단이 가능했다면 결과는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당시 정부는 도덕성과 대북정책 명분까지 비난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것을 과시하고 퍼레이드로 위풍을 드러내는 것이 안보라 하기도 어렵다. 더 많은 무기로 압도적 힘을 키우면 안전하다는 것 역시 일면만 맞는 말이다. 정치적 감정 없이 북의 좌절감, 분노, 충동 같은 심리상태까지 이해하고 대응해야 만약의 사태에서 정보실패를 피할 수 있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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