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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분노 펄펄 끓는데... 바이든은 왜 네타냐후와 껴안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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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방문 결정보다 더 과감했다. 9·11 테러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껴안았고, “가자지구 병원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도 믿어 줬다. 이슬람권에는 ‘맹목적인 이스라엘 신뢰’로도 비칠 법했다. 실제 아랍권의 분노는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확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염려까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공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행동’은 활주로에 영접 나온 네타냐후 총리와의 포옹이었다. 전날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 내 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비난 분위기는 고려하지 않고 맹방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도 보였다. 이스라엘 방문 후 예정돼 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이집트, 요르단 정상과의 4자 회담이 무산됐는데도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고려 중인 이스라엘을 재차 응원한 셈이었다.
상당수 무슬림은 병원 참사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이슬라믹지하드’의 소행이라는 이스라엘의 해명을 순순히 믿지 않았다. 오랜 적대 관계가 심어 놓은 ‘불신’ 탓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동력을 제공했고, 아랍권 전역엔 분노가 더 확산했다. 레바논과 요르단, 이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모로코, 이라크, 튀니지, 튀르키예 등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이라크에선 이란 지원을 받는 이슬람 민병대가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스라엘행 결심 때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목표는 확전 차단이었다. 하지만 그가 귀국길에 올랐을 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국경 너머로 확대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미국 CNN방송은 진단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하마스가 대(對)이스라엘 전쟁의 다음 단계를 친(親)이란 국가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와 조율하고 있다”고 하마스 고위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심산이 달랐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염두에 둔 확전의 관건은 결국 ‘이스라엘이 어떻게 하느냐’였다는 얘기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참전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강경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지하는 게 바이든의 급선무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엄청난 슬픔과 분노가 국가를 너무 멀리까지 몰아가도록 놔두지 말 것을 이스라엘에 부탁하기 위해 바이든이 고른 수단이 이례적인 전시(戰時) 방문과 전폭적 지지였다”고 해석했다. ‘과잉 보복’ 만류에 필요한 지렛대가 포옹이었다는 뜻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9·11 이후 미국인들도 분노했고 정의를 찾았지만 실수도 저질렀다”며 “분노에 잠식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으로 큰 비용을 치른 미국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한 것이다.
더불어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실익이라는 판단이 친이스라엘 행보 이면에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우선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이스라엘을 편들어 나쁠 게 없다. 미국 버지니아대의 정치 분석가 래리 서배토 박사는 가디언에 “이스라엘 지지 저변이 미국 내에 아주 넓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직 대통령에게 이번 국면은 기회”라고 말했다. 게다가 안보 예산을 따내기에도 유리하다. 대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지지 여론이 약해진 상황인 만큼, 차제에 이스라엘 지원과 패키지로 묶어 의회에 예산을 요구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복안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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